[경제플러스=김두윤 기자] 결국 공권력 투입으로 사태는 막을 내렸다. 유성기업의 파업이 일주일째로 들어서면서 장기화조짐이 나타나자 자동차산업을 넘어 국가경제의 타격이 될 수있다는 인식이 정부의 고육책을 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유성기업 노조가 주장했던 '주간연속 2교대' 문제는 노동계의 핵심사안이라는 점에서 불씨는 여전하지만 유성기업의 정상화로 국민적 우려를 불렀던 자동차부품 수급 공백 문제는 차츰 해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로 각인된 현대∙기아차는 리스크 관리에서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유성기업의 피스톤링 공급비중이 70%에 달했던 현대기아차는 재고물량이 소진되면서 일부 차종의 생산중단 사태까지 초래하며 눈덩이 피해를 입었다.

현대∙기아차는 금융위기로 야기된 원화, 엔화 환율 효과에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이 적중하면서 글로벌 빅5 자동차기업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자랑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은 파업사태 일주일만에 너무 쉽게 구겨졌다.

특히, 최근 일본지진사태로 전자, 조선업 등 산업전반에 걸쳐 위기상황에 따른 공급처 확대와 재고관리가 강조돼왔다는 대목은 안일한 대처로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부르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파업 며칠만에 재고소진으로 발을 동동 구를 때 다른 국내 경쟁사들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대처능력을 과시했다는 부분은 이를 방증한다. 인지도 상승에 따른 생산증가로 재고소진이 빨랐다는 반론은 글로벌기업의 리스크 관리 부족을 설명하기에는 궁색하다.

재발방지를 위한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묘수 찾기보다 이런 자기변명이 길어질 경우,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되는 현 시점에서 오히려 오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장인의 정신이 발휘될 시점이다.

이번 생산차질로 인기차종인 K5와 그랜저 계약 고객들의 경우 출고대기시간이 늘어나 짧게는 2개월에서 4개월의 대기시간을 감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되자, 현대기아차는 엄청난 손실금액을 발판한 경제논리로 읍소하며 외부 지원사격에 기대는 처지로 전락했다는 점도 글로벌 선두를 지향하는 현대차 입장에서 입맛이 쓸 수밖에 없다.

현대차 입지를 흔든 공급선 독점 문제에는 부품단가 후려치기가 깔려 있다.

현대기아차가 유성기업 같은 중소기업에서 핵심부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체제를 유지해왔다는 사실은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현대기아차 입맛에 맞는 최적의 단가 협상이 깔리지 않고서는 힘들다는 해석에 업계의 이견은 없다.

동반성장이 범 사회적 가치로 확산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힘들 때 서로 버팀목으로 작용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 '동반자'로의 관계정립이 요구되고 있다. 이 ‘더불어 살기’의 핵심요건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구조' 소멸이다. 이번 사태가 시사하는 또 다른 화두다.

현대차가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 노사는 6월 본격 임단협 협상을 앞두고 있어 대규모 경제적 손실이 부각되며 공권력 투입으로 일단락된 이번 사건의 마침표는 현대차 노조 입장에서 그리 달가울 리 없다. 현대차 노사의 타임오프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으며, 사측은 노조가 전임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자 전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다.

글로벌화된 오늘의 산업은 과거와 비교가 안될만큼 인체혈관화돼 있다. 중소 납품기업의 문제는 이를 납품받는 국내 대기업과 다른 납품기업, 소비자를 넘어 해외에 까지 연쇄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나비효과'는 현상이 아니라 실제인 셈이다.

사태재발방지를 위한 업계 전반에 걸친 '이해'와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일부에서 이번사태를 쌍용차 사태재현으로 몰고가며 우려감을 증폭시켰다는 점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09년 쌍용차는 경영부실에 따른 심각한 자금난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생절차를 위한 대규모 정리해고 수순을 밟았지만, 노조가 이에 반발하면서 평택공장을 점거해 이른바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결말은 불법점거 해산을 위한 공권력과 버티던 노조와의 충돌로 야기된 깊은 상처였다.

무리한 점거농성에 들어가며 우려감을 키웠다는 점에서 쌍용차와 유성기업의 사태는 같지만, 다르기도 하다. 경영부실 책임을 떠넘기며 ‘나가라’는 사측의 요구에 생존권 방어 투쟁으로 선을 넘었던 쌍용차와 보다 더나은 근로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유성기업 파업에는 뚜렷한 온도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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