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두윤 기자] 삼성과 LG가 담합을 하다 적발돼 눈살을 찌뿌리게 하고 있다. 좋은제품과 공정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려야 할 대기업들이 돼려 '뒤통수'를 치면서 구매자들을 중심으로 비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일 공정위는 국내 전자업계 양대산맥 삼성과 LG가 세탁기, 평판 TV 및 노트북등 생활가전 제품의 소비자판매가격을 인상ㆍ유지하기로 합의한 행위가 적발돼 446억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담합을 위해 서울 인근 지역에서 수차례 비밀스런 모임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두 회사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평판 TV의 경우 99%, 세탁기는 89.4%에 달한다. 국내 구매자들의 대부분이 이들의 배를 채우는데 더 비싼 비용을 치른 셈이다.

대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대부분이 '신뢰성'을 구매 이유로 꼽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분노로 바뀌고 있다. 모범을 보여야할 대기업의 구멍가게식 운영에 대해 형사처벌 등의 처벌수위를 높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앞에서는 기술력 문제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터는데 맞장구를 쳤다는 사실도 많은 이들의 조롱을 사고 있다.

두 기업은 그간 3DTV 기술력 우위를 강조하면서 감정싸움을 지속해왔다. 3D 구현 기술 방식중 LG는 FPR(편광안경)방식을, 삼성은 SG(셔터글라스)방식을 각각 '최고'로 내세우며 이전투구 양상이 전개됐으며, LG전자를 원숭이로 빗대는 듯한 광고에 삼성 임원의 막말까지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의 싸움은 올해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권희원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사장)이 "올해 3차원 텔레비전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윤부근 삼성전자가전부문 사장은 "경쟁이 아예 안 되니 비교조차 말라'고 되받아쳤다.

경기침체속에서 시장 선도를 위한 이들의 치열함 공방에는 수긍이 가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3DTV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3DTV는 태생적으로 기술력 문제보다 볼거리 확보가 관건이었다. 현실감있는 생생한 화면이 장점인 3DTV를 구매를 하더라도 볼거리가 없다면 '그냥 TV'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의 승승장구 비결이 결국 콘텐츠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적을 받아온 양사가 최근들어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볼게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고 보면, 벼랑끝 대결이 지속되고 있는 양사의 모습은 공허하기만 하다.

지난해 초 3DTV가 이슈화 되면서 생소한 제품에 귀동냥을 하던 필자에게 관련업계 종사자는 '구매를 3년 뒤에나 하라'는 귓뜸을 해준 바 있다. 그때나야 제대로 즐길 수 있어 미리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양사가 모를리 없겠지만, 당장에 제품을 팔아야하는 입장에서 기술적 우수성을 어필하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담합사태를 결부해보면 이들의 첨간기술 자랑은 결국 '그들만의 리그'와 다름없다. 수익을 내줄 구매자는 있어도 제품을 사용하고 사랑해줄 소비자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 기업 총수가 횡렴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대한 명제가 다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던 차에, 이들의 소비자 기만 행위까지 불거지면서 동반성장을 강조, 친구임을 강조했던 대기업들은 노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에 대한 담합행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법위반행위에 대해서 엄중하게 제재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열 경찰이 한 도둑을 못잡는다는 말이 있다. 번드러진 껍데기만 잘팔면 되는지 아는 기업들에게도 이제 가슴과 정도를 가는 결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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