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1일 당분간 자진사퇴 의사가 없고 조직 수습을 위해서 공백없이 자리를 지키며 현 사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
라 회장은 지난 8일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방침을 통보받은 이후 미국 출장길에서 급거 귀국했다. 신한금융 내분 사태가 시작된 후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왔던 라 회장은 이날 출근길에 이례적으로 신한은행 본점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라 회장은 거취에 관한 질문에 “조직 안정과 발전을 생각하며 (감독당국) 설득하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 회장 본인을 비롯한 신상훈, 이백순 등 이른바 ‘신한 3인방’의 동반퇴진 가능성에 대해 “이 혼란기에 3명의 동반퇴진은 쉽지 않다”며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누군가는 수습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내년 3월 주주총회 때까지 회장직 유지 여부와 관련해 “가능한 한 공백없이 갈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희망”이라고 말해 일련의 ‘신한사태’가 어느 정도 봉합될 때까지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이 직무정지 상태인 상황에서 라 회장 본인마저 물러나면 경영 공백으로 인한 조직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현재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에 대해 최대한 소명해 제재수위를 낮추는데 추력하고 있다. 라 회장도 “(혐의와 관련된) 상세한 자료를 (감독당국에)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분한 소명을 통해 징계수위를 ‘문책경고’ 수준 이하로 낮춰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현직을 유지하면서 후계구도를 구축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최근 감독당국의 강경한 기류를 고려할 때 라 회장이 ‘직무 일부 정지’ 상당의 중징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라 회장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중도에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신 사장이 직무정지 상태이고, 이백순 신한은행장 마저 검찰 수사결과 등에 따라 거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한 3인방의 동반 퇴진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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