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9월3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있지만 우리 주식시장은 연일 뜨겁다. 코스피 지수는 2년 3개월 만에 1800선을 넘었고 추석이후에는 연중 최고점을 차근차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0일 수차례 도전 끝에 1800 고지를 탈환한 코스피시장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1870선에 육박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2년 3개월 만에 1800선을 회복한 코스피시장이 연말에는 2000선도 돌파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2007년 12월 27일 1908.62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온 만큼 추세적으로 볼 때 2년간의 조정에서 탈출할 때가 됐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증권사의 90% 이상이 연말 코스피 지수가 1900대 이상 내지 2000선까지는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7일 코스피 지수가 1828.54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 9.4% 상승하는 수준으로 두 자릿수도 되지 않는다.

코스피 지수의 수준이 올라간 만큼 2000선도 높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증권사들이 낙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G2(미국,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의 감소와 경기부양채 기대감이다. 두번째는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에 대한 유동성 전망과 기업들의 실적호전이다.

# G2(美, 中)변수가 가장 중요

미국의 경우 중간선거를 앞둔 버락 오바마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은 내수 확대 중심의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유재성 삼성증권 센터장은 “최근에 나타나는 미국의 경기 둔화는 더블딥보다 소프트 패치에 가깝다”며 “정부에서 민간으로 성장 주체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겪는 회복 속도에 대한 실망 때문에 회복 신호만 확인되면 주가에 바로 반영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정부의 행보가 빨라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중국의 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발표가 중국 내수 부양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해외 변수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돌출 변수는 잠복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왔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위기의 시발점이 된 미국 주택지표가 나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급격한 둔화만 아니라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10월 정도에 연간 고점을 기록한 후 연말로 갈수록 상승탄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연말로 갈수록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세금 인상, 복지혜택 축소, 공공부문 지출 감축 등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재정 감축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감이 반영되면서 상승폭이 축소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국내 시장의 밸류에이션 메리트와 기업실적 기대

리서치센터장들이 최근 코스피의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이유는 여전히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돼 국내 증시가 밸류에이션 메리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의 주가 강세는 글로벌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간 극심한 밸류에이션 편향에서 균형으로 회귀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경기 부진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실적 증가를 기대할 만큼 경쟁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로 아직 2000년의 평균 수준에 불과해 여전히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상훈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코스피가 연말에 2000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송 센터장은 “달러-원 환율이 하락세를 타는 점도 수출주의 주가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며 “국내 경기는 11월에 경기선행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4분기 이후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에 대해선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분간 증시의 추가상승에 대해선 이견을 달지 않는다. 단기 급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1900선까지 넘보고 있지만 아직 더 오를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 배경에는 ‘3분기 어닝’과 ‘외국인 매수’가 있다.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국내 기업들이 3분기 역시 그 이상의 실적을 실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본격화되는 10월 초 19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종승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1월 초까지는 기간조정이 나타난 후 연말로 갈수록 상승세가 확대될 것이다”며 “코스피 지수 전망치 상단 1860은 기업실적 전망치에 리스크 프리미엄 9.5%를 반영한 수치로 이를 낮추면 1960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분기초인 10월에만 강세를 보일 뿐 연말로 접어들수록 힘을 잃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문기훈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선진국의 경기둔화세는 지속되고 환율 등의 매크로 변수들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원자재, 농산물 등의 가격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심리가 상승하는 점은 부정적이다”며 4분기 증시를 ‘상고하저’로 추측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4분기 코스피 흐름을 상고하저로 예측했다. 경기선행지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10월 말 이후 약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IT 투자증가율 고점에 대한 우려와 이머징 국가의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 우려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한편 증시 상승시 유망업종에 대해 토러스투자증권은 정유, 기계, 운송, IT, 자동차를 추천업종으로 꼽았다. 유망종목으로는 SK에너지, 두산인프라코어, 대한항공,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차, 현대모비스, 웅진에너지, 락앤락, CJ제일제당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화학, 중공업, 에너지, 철강, IT 업종을 밀었다. 추천 종목은 SK에너지, 한진해운, 국순당, 엔씨소프트, 현대미포조선, 신도리코, GS, 현대제철, 글로비스, LG생활건강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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