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세계 각국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면서 전 세계가 '환율전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일 먼저 환율전쟁에 불을 지른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환시 개입에 나섰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위안화 가치 절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해 엔화 가치 오름세가 꺾였지만 국제 사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년에 걸친 국제 공조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외환 시장에 손을 뻗쳤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등 다른 선진국들도 수출을 통한 경기 부양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여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이 세계 수출 전략에 차질을 빚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들과 함께 중국에 통화 가치를 높이라고 촉구해온 상황이라 시기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주 미국 의회는 청문회를 개최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환율을 조작했다는 명목으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는 것을 논의할 방침이다.
보유 외환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중국은 올들어 계속 일본 국채를 순매수했고 이같은 행동은 엔화 가치 상승이라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최근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미국 의회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고 있다. 일본이 하루 2조엔 규모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촉발된 글로벌 환율 전쟁이 중국 위안화로 초점을 옮겨갈 상황이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 16일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이 좀 더 빠른 속도로 위안화를 절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합동으로 중국의 위안화 환율 조작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한 미 의원들은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라고 강도높게 요구했다.
가이트너 장관은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도 중국과 협상을 벌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압박 수단이 없고 미국이 중국 시장에서 기회를 잃을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기습적인 사전 시장 개입으로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환율 조작을 비난할 수 있는 명분이 약화돼 중ㆍ미 환율 전쟁이 일본 때문에 망쳤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맥락에서 일본이 시작한 이번 환율 전쟁의 최후 승자는 중국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편 16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일본 경제를 위해 필요할 경우 더 강력하게 행동하겠다고 강조해 국제사회 비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시장 개입의 의지를 강조했다.
아사히는 "일본 당국이 지난 15일 뉴욕과 런던 외환 시장에서도 개입을 지속한 것과 관련해 간 총리는 오는 23일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양해를 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간 총리는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뉴욕을 방문한다. 그는 유엔 총회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과는 따로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본의 독자적 시장 개입은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외에 다른 선진국들도 경제 성장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 부양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통화 가치 절하로 자국의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 수출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통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