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 경영체제의 권력싸움으로 국내 대표 금융그룹중 하나인 신한금융그룹에 치명타를 입힌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라응찬 신한금융그룹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왼쪽부터)
트로이카 경영체제의 권력싸움으로 국내 대표 금융그룹중 하나인 신한금융그룹에 치명타를 입힌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라응찬 신한금융그룹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왼쪽부터)
[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신한금융지주 권력다툼 사태가 지난 14일 신상훈 사장의 직무 정지를 맞으며 라응찬 회장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라 회장과 이백순 행장 역시 이사회의 신임을 얻지 못한 것은 물론 법정 싸움을 준비할 처지가 되면서 사실상 '상처뿐인 승리'로 상처가 미봉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4일 5시간에 걸친 마라톤 이사회끝에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신한은행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전성빈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이날 저녁 7시 15분쯤 20층 대강당에서 이사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신 사장이)현재 상황에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를 결정했다"면서도 "직무정지가 해임은 아니기 때문에 사법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즉 이사회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신 사장의 거취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뜻이어서 표면상으로는 라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지만, 사실상 라 회장과 이백순 행장 등 핵심 경영진들 모두를 불신하며 일정한 거리를 둔것으로 풀이 된다.

신 사장의 입장에서는 일단 자신의 소명이 이사회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자진사퇴'의 압박을 받아 온 상황에서 일단 '구사일생'한 셈이다.

나아가 향후 검찰 수사 결과 신 사장의 혐의가 벗겨질 경우 신 사장을 쳐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라 회장과 이 행장 측이 오히려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신 사장은 이사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사회 결정에)서운하지만 이사들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면서도 "직무정지가 풀리면 돌아오겠다. 더 자세한 것은 법정에서 이야기하겠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이희건 명예회장 자문료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일단 바라는 대로 이사회의 신임을 얻지 못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자신감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번 결정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겉보기엔 라 회장의 판정승으로 일단락 됐지만, 사실상 '빅3'인 라·신·이 모두를 불신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결과 신 사장의 혐의가 일부 인정되거나 무혐의로 결론나면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큰 상처를 입은 라 회장과 이 행장도 이후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 퇴진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은행 조직도 군 조직과 흡사해 경영진의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신한지주의 내분 사태처럼 조직 경영의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게 되면 더 이상 결정권 자리를 유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신한지주 사태는 이사회가 그룹에 끼칠 악영향과 막대한 손실을 고려해 서둘러 봉합하기는 했지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신한금융의 '핵심 3인방'을 모두를 불신함으로써 또다른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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