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남은호 국장] 지난 주말 삼성전자 임원(기술)과 식사를 했다. 삼성이 위기라는데 실화(?)냐고 물었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주가도 오르고 실적도 좋은데 뭐가 위기냐고 했다. 그는 심각한 어조로 주장했다. 그 임원은 삼성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 이유는 첫째, 이미 4차 산업 전쟁이 시작됐는데 삼성은 출발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겨우 하만 카돈을 인수해 준비를 시작하려고 하는 단계인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모든 투자 결정이 멈추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삼성전자의 AI 업체 인수는 불발됐다.

바로 몇 일전 세계적인 회사의 최고 경영자는 지금 시기가, ‘초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했듯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승자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생존 초불확실성(?)의 시기라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호실적은 이미 수년 전부터 100조원의 투자 결정에 의한 열매다. 삼성전자가 미래에도 살아 남으려면 4차 산업 기술인 AI, IOT, 빅데이타, 블랙체인, VR. 바이오, 차세대 반도체 등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전문 경영인이 무슨 책임을 지겠다고 미래 투자에 대한 결정을 할 것이며, 그룹의 미래가 걸린 천 억대 이상의 조 단위 대규모 투자를 어떻게 결정하겠냐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쟁 회사인 엘지 그룹의 구본무 회장도 지난 달 천 억대 이상의 대규모 투자와 향후 몇 년간 더 큰 규모의 4차 산업 투자를 하겟다고 천명했다.

둘째, 그가 호소하는 바는 삼성전자가 4차 산업에 대해 지금 투자해도 늦은데, 리더 부재인 상황에서 투자가 더 늦어진다면 3년 안에 삼성전자가 침몰할 수도 있다고 암울하게 전망했다.

실제로 최고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이 리더 장기 공백 상태에 대해 “무섭고 두렵다.”고 한 것도 같은 위기감이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기술 변화가 워낙 빨라서 배가 가라앉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상반기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 이익은 반도체 업체를 제외하면 작년 보다 크게 감소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내 유일의 세계 최고 기술인 반도체 산업 마저 무너지게 된다. 4차 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셋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인해 삼성 전자 계열사 간 시너지도 내지 못할 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킹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룹 컨트롤 타워가 없어진 후 계열사 간의 이해 관계 뿐 아니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미 수출 기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글로벌 경영 전략도 글로벌 시장 현장을 둘러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서 나온다. 리더쉽의 부재는 이런 글로벌 미래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3년 후에 자신이 회사에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삼성전자의 위기는 3년 안에 가시화 될 것이라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삼성전자의 미래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의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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