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한국의 삼성증권에서 세계의 삼성증권으로 도약과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은 일에 대한 열정과 기대 수준이 높다. 부하직원이 따라가기 쉽지 않을 정도로 회사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도 치열하게 한다.
그는 2008년에 시장환경이 무척 어려웠지만 리먼브라더스 손실을 전혀 입지 않는 등 위험관리를 잘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지난해에는 성공적인 국외 진출과 새로 선보인 자산관리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2020 글로벌 10위’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나아갔다는 평가다.
박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는 가운데에서도 지난해 3월 도쿄사무소를 열었다. 8월엔 홍콩 IB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법인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국외진출 전략을 펼쳤다.
박 사장은 세계 IB의 격전지인 홍콩을 거점으로 택했다. 아시아 중심 증권사가 되려면 홍콩 시장에 파고들지 않으면 안됐다.
삼성증권의 홍콩 공략은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이 비중있게 다루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1월 중국 와인업체 ‘톤틴’의 IPO 공동 주간사로 참여하고 독일 기업 ‘슈람홀딩스’의 IPO도 단독 주관했다.
박준현 사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글로벌 톱10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눈높이를 높여 마음껏 도전해 보자며 글로벌 IB는 더 이상 꿈이나 이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은 글로벌 IB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하지 않는 것은 바로 실패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혼다와 삼성전자의 성공스토리를 들며 각 사업부문의 리더들은 회사 모든 부문에서 임직원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창조적 발상의 생활화 및 본사와 각 사업부문 통합에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 슬로건으로 ‘ create with you’를 내걸었다. 고객에게 더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담긴 메시지다. 브랜드를 단지 외부에 보여주는 이미지가 아닌 경영혁신 활동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스스로 ‘브랜드 크리에이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새로운 금융문화와 금융서비스에 대한 고객과의 약속이자 우리 스스로의 다짐이며 앞으로 경쟁자들과 차별화 된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채권 중도환매 서비스와 자산관리서비스 플랫폼 POP, 대규모 부동산을 유동화시킨 드림허브 ABS 등을 예로 들며 창조솔루션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아래 선진 자산관리 서비스인 ‘팝(POP)’도 내놓았다. 팝은 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운영되던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를 소액 적립식 투자고객에게 확대한 서비스다. 박 사장은 POP 시스템 개발을 직접 지시하고 이를 삼성증권의 대표 자산관리 브랜드로 발전시키도록 이끌었다.
박 사장은 녹색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지난 10월 미국 다우존스사가 발표한 DJSI Korea(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한국)에 증권업 3개사 중 가장 높은 점수로 포함됐다. 지속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활발한 사회공헌, 녹색성장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그는 “본사와 각 사업부문이 모두 한 방향으로 더욱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며 “서로 협력하고 소통해 하나가 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중시해 전사의 잠재역량을 한 곳으로 모아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돌파할 수 있는 드림팀을 만들어보자"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뛰어난 리스크 관리능력으로 양호한 경영성적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순영업수익은 8958억원으로 전년대비 15% 성장했고 순이익은 2453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지난 사업연도는 두바이월드 파산, 그리스 위기의 파장, 금호그룹 사태 등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컸다"며 "그러나 이런 영업환경에서도 전 사업부문에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이뤄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무엇보다 금호채권 관련해서 대부분 증권사들이 손실을 봤으나 삼성증권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등 뛰어난 리스크관리 능력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또 선진 자산관리 플랫폼 팝(POP) 서비스를 선보이며 채권, 주가연계증권 등에서 상당한 영업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고객 예탁자산은 전년대비 28.1% 증가한 88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법인대상 주식영업에서는 5년 연속 1위(아시아 머니)로 선정됐고 시장점유율 또한 국내 1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의미가 컸다는 평가다. 박 사장은 IB사업에서 창의적인 솔루션으로 드림허브 ABS 등 큰 거래를 성공시켰고 홍콩시장에서도 단독 주관사 업무를 진행했다.
박 사장은 올해 금융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살아남은 선진 IB들이 한층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펀드판매사 이동제, 퇴직연금시장 성장, 생보사 상장 등 자본시장의 급격한 환경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사장은 올해 국내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국내에선 핵심 자산관리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초고액 자산가를 전담하는 사업부를 신설해 영향력을 크게 늘리겠다고 했다. 이 밖에 특화지점 개설, 우수PB 영입, 홍콩리서치 센터와의 공조를 통한 아시아권 리서치 서비스 강화 등을 언급했다. IB와 해외사업 강화계획도 밝혔다.
박 사장은 “IB사업부문에서는 리테일과 CM사업본부간 시너지를 통해 채권사업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며 "스팩, 녹색금융 등 신사업 개척으로 수익원도 늘려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로스차일드와 추진해온 해외 M&A사업 가시화와 홍콩법인을 통한 교차상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며 “CM사업부문은 운용조직을 대폭 보강해 해외채권 같은 신규상품 공급을 늘릴 것이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특히 “2015년까지 중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으로 아시아 거점을 확대해 강력한 동북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며 “중국 증권사와 협력체계를 구체화해 교차상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투자은행(IB) 합자사 설립, 개인자산관리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준현 사장은 25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열린 삼성수요 사장단협의회 회의에서 "한국금융시장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는 평가를 내놨다.
박 사장은 이날 '금융시장 진단과 향후 전망'을 주제로 '글로벌 금융시장 진단과 주요 논점'을 강연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버냉키 FRB 의장이 의회청문회에서 'unusual uncertainty'(흔치않은 불확실성)라고 말한 영향 때문이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미국경제가 2개월 연속 하향세에 있는데 성장률이 나쁜 것은 아니라 경제의 방향이 하향추세에 있다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일부 경기 재침체나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Mild Recovery(약한 회복세)'하는 상황이다"고 판단했다.
그는 하반기 한국 금융시장과 관련 미국의 약한 회복세와 중국경기의 연착륙, 한국의 점진적인 출구전략 등 3가지 전제하에서 올 하반기와 내년 전망을 내놨다.
박 사장은 블룸버그와 삼성증권의 전망을 인용해 2010년말 코스피 지수 1920, 원달러 환율은 1100원선, 2011년에는 코스피 지수 2100에 원달러 환율 1050원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