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지난해 3월 말 유준열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8년 만에 대표이사로 돌아왔다. 16년간 동양종금증권에서 일했던 그가 2001년 동양카드를 시작으로 동양창업투자, 동양시스템즈 등에서 대표이사로 지낸 뒤 복귀했다.
유 사장은 동양종금증권의 인력이 몇배로 늘어나고 업무가 다양해진 한편 증권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8년 전보다 훨씬 높아져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받았다.
지난해 동양종금증권은 당기순이익은 180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무려 184.2%가 늘어난 것으로 7년 연속 흑자 달성의 기록을 세웠다.
동양종금증권이 독보적인 점유율을 확보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부문에서 지난해 말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되면서 더 성과를 냈고 채권인수 관련 투자은행(IB) 기능도 1등을 달렸기 때문이다.
CMA는 동양종금증권이 25%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2위권 증권사가 10%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다. 지난해 말 CMA에 지급결제 기능이 허용되면서 증권사들은 은행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다.
동양종금증권의 전략은 월급통장으로 동양의 CMA를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비나 공과금 납부 등은 은행에서도 비용이 많이 들어 서비스를 없애는 추세지만 오히려 이런 기능을 추가해 젊은층을 끌어 모았다.
유 사장은 “CMA의 주 고객이 20, 30대로 아직까지는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비용을 유발하는 고객층이다”며 “하지만 이들이 40대 이상이 되면 수익성 높은 고객군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증권사가 아직 고객의 자산을 끌어 모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 동양은 이런 자산을 관리하는 단계라고 자신했다.
유 사장은 동양종금증권이 업계 수위의 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IB 분야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채권인수 부문에서는 대우증권과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인수합병(M&A) 등에서도 실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한전기술, 대한생명 등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주관했기 때문에 이 기세를 몰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IB가 강화되지 않으면 강한 증권사가 되기 힘들다”며 “직원들이 산업과 금융을 잘 이해해 영업능력이 뛰어난데다 교수, 회계사, 변호사 출신이 IB 파트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복합파생상품을 만들어내고 있어 동양의 경쟁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동양종금하면 CMA라고 할 만큼 동양종금증권은 CMA 시장점유율 1위를 비롯해 채권·신탁 등 경쟁력을 보유한 자산관리 부문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동양종금증권의 CMA 누적계좌 수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 300만 계좌를 넘었다. 잔고는 약 9조5000억원으로 업계 부동의 1위다.
실적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집계한 동양종금증권의 매출액은 1조5195억원. 동양종금증권의 자산관리 부문은 지난해 신탁상품 잔고가 9조원을 돌파하고 고객 예탁 자산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어느새 금융상품 예탁 자산만 40조원에 근접했다.
중형사인 동양종금증권이 대형증권사를 따돌리고 CMA 1위사로 도약하게 만든 인물이 바로 유준열 사장이다. 그는 증권 각 부문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대표적인 정통 증권맨, 금융통이다.
85년 동양증권에 입사해 동양카드, 동양창업투자 등 그룹 금융계열사 대표이사를 거치며 금융업 전반에 대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동양종금증권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동양시스템즈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국외 진출과 경영 안정화를 도모하며 동양종금증권이 금융 SI에 강한 IT기업으로 변모시키는데 이바지했다.
유 사장은 취임 이후 IB 부문의 상품개발 능력, 리테일 부문의 고객 기반과 강력한 영업네트워크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데 매진하고 있다. 취임 당시 “IB와 자산관리 영업 시너지를 통한 수익 극대화로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굳건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유 사장 얘기처럼 동양종금증권이 CMA 부문에서만 강하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동안 IB 부문을 비약적으로 키워가며 채권 인수 실적에서 업계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블룸버그 2009년 리그테이블(순위표) 회사채 부문에서 주관 실적 총 6조6669억원으로 1위를 달성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에서는 산업은행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증권사 중 최고 실적을 자랑하게 된 것이다.
더벨 리그테이블에서도 전체 국내 채권 대표 주관 1위를 기록하는 등 채권 자본시장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동양종금증권은 ROE 20% 이상 유지를 경영 목표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해 선두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글로벌 IB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도 이미 마쳤다.
현재 동양종금증권은 뉴욕, 동경, 베트남 호치민, 캄보디아 프놈펜에 국외사무소를 두고 있다. 홍콩에 설립한 현지법인을 거점으로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편, 유 사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동양종금증권이 발전할 수 있는 세 가지 전략을 소개했다.
첫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혁신을 통해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나아가는 것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금융시장 환경에 대응해 스스로를 바꾸어 나가지 않으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많은 분야에서 은행, 보험 등 증권사보다 더 크고 이질적인 금융회사들과 경쟁해야 하고 홍콩현지법인 설립을 계기로 아시아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이제는 글로벌 IB들과도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전략과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둘째, 동양선물 합병을 회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 동양종금증권은 과거 두 차례 합병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비약적인 성장의 계기로 만든 값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종금 합병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CMA로 상징되는 자산관리영업의 강자로 자리잡았고 오리온투자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펀드영업이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비록 동양선물이 규모는 작지만 합병을 통해 새로운 업무영역에 진출하고 동양선물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선물영업 노하우와 강력한 리테일 네트워크를 활용한 시너지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선물시장에서 새로운 리더의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셋째, 수익창출능력을 더욱 키워나가야 한다. 동양종금증권은 ROE 20% 이상 유지를 경영목표로 하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점을 살려서 1등분야는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아직 1등에 도달하지 못한 분야는 경쟁력을 강화해 1등이 될 수 있도록 매진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수익원을 끊임없이 창출해야 한다.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퇴직연금시장에서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아직은 수익창출보다 사업기반 구축에 힘쓰고 있는 단계지만 머지않아 거대시장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한 만큼 임직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이 사업에서 동양종합금융증권이 선두권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유 사장은 CMA 만의 다양하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면 저축에서 투자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저금리 시대에 은행과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 기준으로 동양종금증권을 업계 5위권으로 단숨에 올려놓은 원동력도 CMA에서의 독보적 지위 덕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채권인수에 이어 주식인수와 인수·합병(M&A) 등의 역량을 강화해 수익 비중을 3년 안에 25%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M&A 시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심리 회복과 잉여 현금 보유 증가로 인해 투자여력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지분을 인수하고 있으며 외국 기업 및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동양종금증권 유준열 사장의 전략과 리더십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