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세계, 자신감과 경고 사이"
현재 미국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례 없는 활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시장의 내부는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이에 대해 주요 기업 CEO들과 월가 리더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시장을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JPMorgan Chase의 제이미 디몬 CEO는 “연준의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가치”라며,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이 연준의 판단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이어 “대부분 사람들은 경기의 전환점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며, 당장의 상승장에 도취되기보다 장기적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ank of America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역시 긍정과 경계 사이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현재 미국 소비자의 신용 상태는 여전히 양호하다”며, 은행 실적이 시장 불안정 속에서도 견조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Goldman Sachs와 Morgan Stanley는 2분기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각각 22%와 23% 급증했다고 밝히며, 변동성이 수익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을 책임지는 ASML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회사 경영진은 “관세 정책 불확실성으로 2026년 이후 성장성이 불투명하다”고 언급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구조적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에 대한 거시적 평가도 이어졌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전반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특히 소비재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 중장기적으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 내부 인사들도 “관세로 유발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하 시점을 더 뒤로 미루고 있다”고 밝혀, 시장 기대와의 온도차를 드러냈다.
그 가운데서도 월가 투자자와 전략가들은 AI와 기술주에 쏠린 투심을 ‘공포 없는 낙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나친 기술주 쏠림은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가치주 중심의 재배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CEO들의 일제 발언은 하나의 흐름으로 수렴된다. 당장의 실적과 강한 소비는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통화정책, 관세, 인플레이션, 지정학이라는 복합 리스크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상승 중이지만, 그 상승을 진두지휘하는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신중한 자신감’을 가질 때라고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