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송성훈 기자] 중국이 이르면 5월께 '한한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유통 등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증시에서도 화장품·백화점·호텔·식품 등의 업종지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전해졌으나 지난 8년간 한 번도 현실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업계도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산업계에 따르면 한한령 해제로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은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한류 인기로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나 사드 배치에 따른 한한령에 직격탄을 맞았다.
한한령이 본격화한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약 30%나 감소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일본, 유럽, 인도, 중동 등을 주요 전략 시장으로 육성하는 '글로벌 리밸런싱'에 주력해왔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미주 지역 매출(5천246억원)이 중화권(5천100억원)을 웃도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한한령이 해제되고 중국 고객이 한국으로 올 기회가 많아지면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다만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중국 사업에 투자를 강화하기보다 중국 사업 자체를 점검하고 안정화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당장 리밸런싱 전략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한한령이 해제된다면 중국 공식 채널에서의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뷰티업계의 마케팅 활동도 이전보다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도 "여러 차례 중국 리스크를 경험한 만큼 시작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한령이 풀리면 양국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여행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00만명을 웃돌았으나 사드 사태가 불거진 지난 2017년 420만명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중국인 관광객은 이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겨 더 줄었다가 작년에 460만명을 회복했다.
한 중국 전담여행사 대표는 "한한령으로 한국으로 보내는 인원을 줄이라는 식으로 여행사들이 압박받았고, 실제 개별로 여행객을 모집한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단체로 모여 움직이는 고육지책도 썼었다"며 "아무래도 한한령이 해제되면 앞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 교류 확대로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국이 한국 대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한 이후 중국 여행이 급증하는 추세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여행산업은 심리적인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한한령 해제로 항공 공급석이 늘어나면 중국 해외여행 시장은 큰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면세업계의 기대감도 크다. 면세업계는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발길을 끊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한령 해제를 계기로 다시 한국을 찾기 시작하면 그만큼 매출 증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백화점업계도 중국발 관광객 증가에 따른 간접적인 수혜를 예상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많은 명품과 패션, 화장품 등이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본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소비 규모는 개인 관광객과 비교하기 어렵다"며 "이들의 자유로운 방한이 보장되면 백화점을 포함한 거의 모든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도 한한령 해제 분위기에 따라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