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지 주간 'CEOPLUS'紙 8월3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노인식 사장
노인식 사장
[경제플러스=박소연 기자] “공격적인 그린 경영으로 위기를 뚫겠다”

올 연초 ‘2015년부터 온실가스를 30% 감축한 친환경 선박 건조’를 골자로 하는 녹색경영 선포식에서 노인식 삼성중공업 사장이 내세운 슬로건이다.

이 선포식에서 삼성중공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 감축한 친환경 선박 개발 ▲녹색 사업장 실현과 녹색 네트워크 구축 ▲에너지 ‘제로(0)’ 주택 출시 등의 3가지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3%를 차지하는 선박에 대해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수립함에 따라 친환경 선박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실감한 결과다. 이를 위해 삼성중공업은 올해부터 2015년까지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 개발에 약 5000억원을 투입, 관련 특허 약 1000건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한파에 따른 매출 감소와 잇따른 중국업체들의 추격, 일본 업체들의 반격까지 국내 조선업계는 그야말로 난항의 연속이었다. 노 사장은 척박한 항해 속에서 ‘녹색’이라는 청정한 미래를 단호히 길어 올렸다. 그가 끌어올린‘녹색’은 오랜 가뭄 끝에 찾아온 장마와도 같았다.

우선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최적 선형을 설계하고 폐열회수장치, 저온연소 등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각종 신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학 및 민간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및 수소연료전지, 초전도 전기추진 모터 및 케이블, 이산화탄소 포집 등의 기술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의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목표도 추가됐다.

노력의 결과는 이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원유시추설비의 상부구조물(Top side)과 하부구조물(Hull)을 해상에서 합체하는 공법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킨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삼성중공업이 상부구조물을,러시아 조선소가 하부구조물을 각각 제작해 러시아에서 최종 합체하는 조건으로 2007년 러시아 가즈플롯으로부터 6억달러에 수주됐다. 당초 해상 합체작업을 하기로 한 러시아 조선소가 기술부족을 이유로 포기함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국내에서 직접 수행,4500만달러를 추가로 받게 된 것.

기존 해양플랜트 건조 능력에서 앞서 있던 유럽 조선업체들도 해상합체 기술을 보인 적은 있지만 대부분 대륙붕에 고정된 기둥에 상부구조를 올려놓는 수준이었던데 반해, 삼성중공업은 흔들리는 파도 속에서 상부와 하부가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합체하는데 성공했다.

프로젝트가 성사됨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시장 확대뿐 아니라 국내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건조기술력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이르렀다.

녹색경영선포식
녹색경영선포식

지난달에는 2년 만에 컨테이너선 10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낳기도 했다. 8천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과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9척 등 총 19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한 것. 대만의 에버그린사로부터 수주한 이 컨테이너선은 지난 2008년 7월 이후 24개월  만에 발주된 것이여서 그 의미가 더 크다.

올해 초 클락슨 기준 8천600만달러였던 8천TEU급 컨테이너선의 선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수주한 컨테이너선의 척당 선가는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51억달러 규모의 선박 50척을 수주함으로써 연간 수주목표인 80억달러의 63%를 달성하게 됐다.

위기 돌파를 위한 ‘신제품 개발’도 한창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LNG-FPSO)’와 같은 특수선. LNG-FPSO는 해상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바로 액화·저장할 수 있는 LNG생산설비다. 기존에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으로 옮겨 액화·저장했지만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LNG-FPSO를 개발, 전 세계 2400여 곳에 달하는 매장량 1억 톤 이하의 중소규모 해양가스전 뿐만 아니라 대형 가스전에도 투입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로 인해 삼성중공업은 2008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FPSO 6척을 모두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LNG-FPSO의 개발이 의미가 있는 것은 조선업체가 배의 ‘단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설비가 개발될 경우 타기업이 넘보지 못하는 신기술의 집적으로 시장가격 자체가 없으리란 전망이다.

작년 7월에는 세계적 오일메이저인 로열더치셸과 향후 15년간 LNG-FPSO 최대 10척, 약 500억 달러 규모를 건조한다는 내용의 장기공급계약을 성사, 그 중 첫 번째 선박은 지난 4월에 수주했다.

크루즈선 수주도 앞두고 있는 상태.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미국 유토피아와 10만t 규모의 크루즈선 수주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체결, 올해 본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박승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경우 선박 인도일정 조정과 생산속도 조절에 따른 소폭의 매출 둔화와 함께 고선가 매출 인식 및 후판 가격에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주가의 가장 큰 모멘텀은 해양 부문 수주”라고 진단했다.

박 연구원은 “Shell사 LNG-FPSO 장기공급계약 등 안정적인 건조 물량 확보를 통해서 시황 회복을 비교적 여유 있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라며 “멕시코만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향후 해양 시추 활동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확정 또는 해소된 이후에는 동사의 해양 부문 기술력과 건조 경험이 재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삼성중공업 건설사업부에서는 ▲고효율 단열자재 ▲신재생에너지 기술 ▲전력 효율화 설비 등 주요 요소기술에 대한 연구를 통해 외부로부터의 에너지 공급이 없어도 생활이 가능한 ‘에너지 ZERO주택’을 내년까지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박소연 기자 papermoon0@e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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