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지 주간 'CEOPLUS' 紙 8월 3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8월 23일 코스닥상장사인 네오세미테크의 상장폐지가 결정된 뒤 코스닥 투자자들은 두려움을 겪고 있다. 정리매매 2거래일 만에 무려 4000억원의 시가총액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우회상장으로 기업가치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투자에 나섰던 약 700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절망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또한,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에 따른 정리매매로 소액주주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보게 됐다.
8월 26일 금융감독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의 주식손실금액은 8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 반기보고서상 소액주주 지분율 63.19%, 특수관계자를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율 19.35%를 감안할 때 기관투자자 보유 지분율로 추정되는 17.46%에 근거한 수치로 이는 전문 투자회사가 아닌 일반 법인의 지분까지 포함된 것이다.
네오세미테크를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한 산업은행도 2%(80억~100억원) 내외의 지분을 보유해 피해가 불가피하다.
주식외에 네오세미테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및 장ㆍ단기 차입금 1400억원을 포함할 경우 금융권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의 피해 금액은 최대 2200억원까지 늘어난다.
최근 네오세미테크가 발행한 BW를 인수했던 기관투자자는 W저축은행, 신안저축은행, 모아저축은행 등 3개사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4일 네오세미테크가 성장설비 및 부대시설을 포함한 발광다이오드(LED)용 설비 증설에 쓰일 240억원에 대한 BW를 인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네오세미테크 상장폐지 논란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부실기업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우회상장제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회상장제도는 비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고 이를 토대로 제출된 서류가 우회상장 요건에 맞기만 하면 별도의 심사 없이 상장이 승인되는 구조이다.
벤처기업 특례조항도 코스닥 퇴출기업을 양산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벤처기업을 합병해 우회 상장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 당기순이익은 10억원 이상으로 통상 기준의 절반 수준까지 낮춰주고 있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제도가 부실기업 양산에 악용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낮은 문턱을 넘어 증시에 입성한 우회상장 기업들 중에는 상장 후 기존 코스닥 업체의 사업을 물적분할을 통해 헐값에 매각한다거나 주가관리에만 신경을 쓰는 등 실적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회상장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우회상장 기업 중 14%에 가까운 종목이 이미 상장 폐지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신속성만 앞세워 주먹구구식으로 우회상장이 진행될 경우 앞으로 우회 상장되는 기업이 있어도 이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참에 우회상장제도를 전반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