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10월 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신한그룹 사장단 회의가 있던 지난 27일 신한은행은 여전히 차분함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얼굴은 밝아져 있었고 엘리베이터에서 듣는 그들의 대화도 평화로왔고 간간히 웃음꽃도 피어나고 있었다.

언론과 접촉하는 직원들도 여전히 앓는 소리를 하지만 희망을 말하고 있었다. “폭풍이 몇 달 가겠습니까 다시 예전처럼 다 돌아올 겁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하는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그렇게 신한은행과 신한금융그룹은 자생적인 치유로 본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라응찬 회장, 신상훈 사장, 이백순 행장도 이날 얼굴을 마주했다. 거의 두달만에 이뤄진 자리였다. 여기서는 서로 사과와 존중의 말이 오갔다고 한다. 30년 동지끼리 여기까지 왔는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 것이다.

라 회장은 이어진 사장단 회의에 모인 사장들 앞에서 자신의 연임과 무리한 의욕 때문에 그룹이 어려움에 빠진점을 사과 했다. 또 사퇴의 뜻도 내 비췄다. 모든 일의 흐름이 순리대로 이뤄진다는 느낌이다.

기자는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노장老莊 철학의 서적을 탐독하곤 한다. 도가에서는 ‘무위-자연 無爲自然’이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이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연의 호흡과 순리에 맞는 일만 한다’는 뜻이다.

현대인들의 생활이란 개인적인 문제는 물론이요 가족과 사업문제, 그 외 자신을 둘러싼 모든 복잡한 문제와 연속적으로 충돌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런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인위적으로 풀어가려 한다면 오히려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더욱 힘들게 되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이럴 때는 인위적인 것을 놓아버리고 자연의 순리에 맞추어 물 흐르듯이 해야한다. 그럴때, 그 모든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풀려가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 그리고 이백순 행장은 지난 30년간 신한금융그룹을 대한민국 굴지의 금융그룹으로 키웠다.

그들이 회사를 위해 한 일은 그 전의 다툼과는 상관없이 마땅히 기억해야 하는게 옳다고 본다. 신한금융지주도 그간 거론된 CEO리스크가 무색하게 3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가며 누적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대단한 성과라고 본다. 신한금융그룹의 직원들의 가슴 하나하나에 달고 있는 ‘신한 way’의 의미대로 신한은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대한민국 금융을 이끌어 줬으면 한다. 그게 신한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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