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10월 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풍력발전설비설치선조감도
풍력발전설비설치선조감도
[경제플러스=박소연 기자] 매섭게 추격하는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한 해법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그린’과 ‘테크놀로지’라는 대안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뒤따른 중국 업체들의 추격과 일본 업체들의 반격 속에서 ‘녹색’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 10년 간 자타공인 세계 넘버원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 조선업에 녹색 조선업은 세계 1위라는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는 히든 카드였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후발주자인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에도 선제적인 대응으로 맞서며 친환경 선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삼성重, 녹색경영으로 ‘미래 조선’ 출항

삼성중공업은 지난 1월 세계 조선업계 최초로 구체적인 녹색경영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중공업은 녹색경영 선포식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 줄인 친환경 선박 개발과 녹색 사업장 실현 등의 핵심 전략을 소개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3%를 차지하는 선박에 대해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수립함에 따라 친환경 선박기술 확보의 필요성을 실감한 결과다. 삼성중공업은 올해부터 2015년까지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 개발에 약 5000억원을 투입해 관련 특허 약 1000건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 위해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최적선형 설계 △폐열회수장치, 저온연소 등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각종 신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대학 및 민간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LNG 및 수소연료전지, 초전도 전기추진 모터 및 케이블,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 등을 개발해 세계최고의 친환경 선박을 건조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LNG-FPSO(부유식 가스 생산저장설비), 크루즈선과 같은 고부가가치선을 미래의 ‘캐쉬카우’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LNG-FPSO는 해상에서 천연가스의 생산, 정제, 액화 및 저장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설비로, 전 세계 2400여 곳에 달하는 매장량 1억 톤 이하의 중소규모 해양가스전 뿐만 아니라 대형 가스전에도 투입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LNG-FPSO를 수주한 이래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FPSO 6척을 모두 수주한 바 있다.

작년 7월에는 세계적 오일메이저인 로열더치셸과 향후 15년간 LNG-FPSO 최대 10척, 약 500억 달러 규모를 건조한다는 내용의 장기공급계약을 맺었으며, 그 중 첫 번째 선박은 지난 4월에 수주했다.

거제조선소 3도크 야경
거제조선소 3도크 야경

또 지난해 미국 유토피아와 10만t 규모의 크루즈선 수주에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했으며, 올해 본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13년간에 걸친 치밀한 준비와 주상복합인 타워팰리스, 쉐르빌 및 최고급 타운하우스인 라폴리움 등을 통해 축적된 건축 부문의 노하우를 활용에 크루즈선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IMO의 환경규제 강화와 친환경 선박 건조 등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 개발업체인 테크윈에코사를 흡수 합병했다.

밸러스트 수(水)란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선박에 채워 넣는 바닷물을 말한다. 화물을 하역한 뒤에는 균형을 잡기 위해 바닷물을 채우고 화물을 실을 때는 이 물을 빼내는데 이 과정에서 다른 국가에서 채운 해수를 제3국에서 방류할 경우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밸러스트 수를 방류하기 전에 살균 처리하는 장치가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이다.

IMO는 2017년까지 운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해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관련 시장규모는 25조원(대당 5억원 적용)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와 머스크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하반기에 수주 가능할 것”이라며 “MSC, 페트로브라스 등도 발주 스케줄이 예상돼 있다” 며 매수를 추천했다.

최 연구원은 “페트로브라스의 경우 브라질 자국 건조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건조능력 선가 인도 스케줄등을 감안하면 한국 조선사에 기회가 올 것”이라며 “2012년 실적 악화를 우려했으나 기존 사업의 성장과 신규사업 약진으로 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대우조선, ‘녹색 에너지’로 ‘화려한 시절’을 향해 재도약

만디젤방문협의
만디젤방문협의

대우조선해양은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 시스템을 덴마크 만사와 공동 개발한 상태로 내년쯤 상용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LNG 복합 제품과 다양한 해양 플랜트 개발로 기술력 부문에서 중국을 압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격심한 풍랑 속에서 시추작업을 해야 하는 해양 관련 제품들은 고도의 제작 기술이 필요한 분야로 아직까진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제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LNG 복합 제품,FPSO, 여객선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과 드릴십,반잠수식 시추선 등 해양제품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주력 사업으로 떠오른 해양 플랜트 제작은 심해 유전 등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과 연관돼 최근엔 직접 자원 개발에 뛰어들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8월 미국의 풍력업체인 드윈드사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는 캐나다에 풍력 발전기 제조 공장을 신축한다.

발전기
발전기

대우조선해양은 자체 제조 능력과 드윈드사의 풍력 기술을 결합해 2015년 세계 10위,2020년 세계 시장의 15%를 차지하는 3위권의 풍력업체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드윈드사는 풍력터빈 설계는 물론 기본기술에 대한 개발능력도 갖추고 있다.

선박용 연료전지 기술과 이산화탄소 포집 분야도 대우조선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이를 위해 작년 12월 포스코파워와 선박용 연료전지 공동 개발에 착수, 중장기적으로 100메가와트(㎿)급 주동력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작년 10월 노르웨이의 사르가스사와 함께 이산화탄소 무배출 발전설비 공동 개발을 추진키로 하는 등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의 파푸아뉴기니 근해의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LNG-FPSO가 빠르면 연내 1호기 발주될 가능성이 높다”며 “발주 주체는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자회사인 DSME E&R 합작회사로 총 3척 정도 발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 연구원은 “페트로브라스(브라질), 산토스(호주), GDF 수에즈(프랑스) 등이 단기간 내에 LNG-FPSO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 2012년까지 적어도 6척 이상의 LNG-FPSO 발주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250억달러 이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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