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10월 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경제플러스=박소연 기자] 1997년 괌 추락사고 등 연이은 안전사고로 글로벌항공사와의 제휴가 중단되고, CEO가 사임하는 등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야만 했던 대한항공. 이런 위기에서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글로벌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천명했다. 대한항공의 모그룹 ‘한진(韓進)’이 ‘한민족의 전진’을 의미하는 것처럼 조 회장은 기업 차원을 넘어 우리민족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것이다.

이러한 신념을 바탕으로 조 회장은 인천공항을 미주-아시아, 유럽-아시아의 환승허브로 활용하는 전략과 빅사이즈의 최신예 기종을 공격적으로 매입·운영하는 전략으로 대한항공은 2009년, 27대의 화물항공기를 보유한 세계 최대의 항공화물 회사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003년 대한항공의 A380 항공기 구매계약 당시 전세계 항공업계는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 9·11 테러(2001년) 등의 여파로 침체의 늪에 빠져있었다.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최대 항공사들은 파산 위기에 몰렸으며, 에어버스, 보잉 등 제작사들도 항공사로부터 급격히 줄어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경영난을 겪었다.

당시 조 회장은 세계 항공산업의 위기를 역으로 차세대 항공기 도입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고유가 시대와 항공기 이산화탄소 배출량 제한 등 환경 문제가 주요한 사업 변수가 될 것을 예견한 조 회장은 차세대 항공기의 경제성과 연료 효율성, 친환경적 특성에 주목했던 것이다.

A380 8대 구매의 본 계약에 이어 지난해 2월 A380 2대 추가 주문을 하면서 주문량은 모두 10대로 늘어났다. 동북아시아 항공사로서는 최다 주문량이었다.

이런 그의 예견은 8년이 지난 지금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2006년 이후 세계 항공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항공사들은 앞 다퉈 차세대 항공기를 주문하기 시작했고, 항공기 제작사가 넘치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새로운 항공기 도입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대한항공이 A380 도입 시동을 건지 7년이 지난 현재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A380 최종 조립 공장에서 결실이 맺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A380 1번기는 이미 외형 작업이 완성돼 최종 조립 공장 밖에 램프로 이동돼 최종 점검을 거쳐 시험비행을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현재 툴루즈에서는 대한항공 A380 2, 3, 4번기에 대한 최종 조립도 한창이다.

▲  A380
▲  A380

글로벌 경제 회복 등으로 인해 항공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 대한항공이 초대형 여객기인 A380을 적기에 들여올 수 있었던 것은 세계 항공업계에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로서 어려운 시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조양호 회장의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측은 “세계 초일류 항공사, 명품 항공사 목표를 이루고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A380도입을 결정했다”며 “아시아에서 미주지역으로 태평양을 횡단해 운항하는 첫 항공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는 대한항공의 A380 도입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조양호 회장의 선견지명이 밑바탕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A380 도입에는 전세계적인 항공 수요 증가 및 허브 도시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구성, 녹색 환경 이슈, 고유가 시대, 고품격 항공 서비스 경쟁 시대 개막 등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항공 시장의 패러다임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항공업계는 향후 20년 동안 전세계 항공 수요가 매년 5% 정도 증가해 현재의 3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200개 이상의 공항에서 초대형 항공기의 비행이 3000~4000회 이상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70%는 25개 공항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심 공항들이 심각한 교통 체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견됨에 따라 항공사들은 한 번에 많은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대형 규모의 항공기를 원하고 있으며, 공항의 경우 확장에 따른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초대형 항공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A380은 기존 항공기에 비해 이륙 중량이 40% 이상 높은 초대형 항공기로,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첨단 복합소재를 활용해 승객 1명을 100km 수송하는데 가정용 경차와 비슷한 수준인 3리터 이하의 연료를 사용한다.

뛰어난 연료 효율성을 가진 친환경 항공기인 A380은 고유가 및 환경 규제 시대를 대비해 세계 유수 항공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 든든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한항공은 내년 5월부터 도입되는 10대의 A380을 통해 미주, 유럽 등 장거리 경쟁시장에서의 항공 네트워크 경쟁력을 향상시켜 글로벌 톱 10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항공의 A380 도입은 에어프랑스,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 에미레이트항공, 콴타스에 이어 6번째로, 현재 A380을 주문한 항공사는 17개사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함으로써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대한항공의 3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26% 증가한 3조1262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3조원대를 돌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58%, 121% 늘어난 3581억원, 5838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측은 3분기는 전통적인 항공 성수기를 맞이해 구준한 여행객 증가와 2009년 하반기 이후 항공화물 수송 증가 추세 지속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여객부문은 한국발 수송객이 작년 대비 23% 증가했고, 해외발 수송객도 8% 증가하는 등 전체 수송 실적은 1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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