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박소연 기자 ] 한국과 유럽연합(EU)간의 FTA(자유무역협정)이 협상을 시작한 지 3년 5개월 만에 공식 체결됐다.
이번에 공식 서명된 한-EU FTA는 양측 의회의 비준동의를 거쳐 내년 7월부터 발효된다.
자동차업계와 해운업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국내 자동차업계들은 EU 국가들의 관세철폐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EU 시장에 대한 수출물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자동차 수요는 1575만8000대로, 승용차 판매만 따질 경우 EU는 전 세계시장의 31%에 달한다. 또 관세 기준으로 EU(10%)는 일본(0%)이나 미국(2.5%), 캐나다(6.0%) 등 선진 자동차 시장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특히 수입보다 수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자동차부문에 있어선 이번 철폐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해운업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번 체결로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물동량도 크게 증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재 해운업계의 전체 매출 가운데 유럽 노선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은 한진해운이 30~35%, 현대상선이 30~40% 정도로, EU는 미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셈.
항공업계 역시 대한항공은 지난 2ㆍ4분기 기준으로 유럽에서 발생하는 화물 매출이 7%를 넘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약 6.5%의 화물 매출을 유럽에서 올리고 있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의 경우 지금까지 상당 품목이 무관세로 거래돼 온 만큼 직접적인 수혜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97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휴대전화 등 통신기기와 반도체, 측정장비, 컴퓨터 관련 상당수 품목이 관세 없이 거래되고 있는 상태.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경우 현재 TV나 냉장고 등을 유럽 내에서 무관세로 생산하고 있어 FTA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건의료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EU FTA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도는 전반적으로 한-미 FTA와 유사한 수준으로 합의됐으나 국내 보건상품의 관세 철폐로 인해 생산규모가 향후 5년간 연평균 893억원 어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유럽산 화장품의 수입이 늘면서 국내 화장품 생산이 연간 346억원 상당 줄어들고 의약품은 274억원, 의료기기는 273억원 어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EU FTA에 따라 리신, 아스피린, 비타민제제 등은 즉시 관세가 철폐되며 글리세롤, 항암제, 니코틴제제 등은 3년내, 프로필렌그리콜, 아디프산 등은 5년내 관세가 없어진다.
화장품 분야에서도 베이비파우더, 애프터쉐이빙로션, 탈모제 등 화장품은 즉시 관세가 철폐되고 향수, 립스틱, 샴푸 등은 3년내, 전체 화장품 수입규모의 45%를 차지하는 기초화장품과 페이스파우더, 헤어린스 등은 5년내에 시장이 개방된다.
아울러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혈압측정기기, 인공호흡기, 수술대 등의 즉각적인 관세 철폐에 이어 7년내에 단계적으로 시장이 개방될 예정이다.
민감한 품목인 쌀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