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성은 기아차 부회장 '전격 경질'

정몽구 회장의 제왕적 수시인사...이사회, 주주총회 절차 무시로 뒷이야기 '무성'

2010-09-08     경제플러스

[경제플러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기아차의 리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기아차 대표이사인 정성은 부회장을 전격 경질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경질은 최근 리콜사태로 품질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돼 기아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것에 정몽구 회장이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최근 4개 차종에서 실내등이 켜지지 않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제작결함을 발견해 자발적인 리콜 조치를 실시했다. 같은 이유로 해외에서도 쏘울, 쏘렌토, 모하비 등을 리콜했다.

정 부회장은 오랫동안 현장에서 근무해온 생산기술 전문가로 기아차의 품질을 총괄해 왔다. 지난해 1월 기아차 생산담당 사장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2년이 채 되지 않아 옷을 벗게 됐다.

경영책임을 물어 대표이사를 경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세간의 이목은 이번 경질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질 과정에서 이사회나 주주총회라는 기업경영의 필수적인 절차가 무시됐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의 임명과 해임 과정에서 이사회 결정을 제외시킨것은 재벌 오너의 제왕적 인사행태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사회나 주주총회는 오너의 전횡을 막을 최소한의 견제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지난달 초에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장이 전격 경질됐다. 지난 2월 YF쏘나타와 투싼 일부 차량에 대한 리콜로 인해 교체된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현대차 미주법인은 자동차 판매실적이 좋은데다 품질에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앨라배마 공장이 올 상반기 현대차의 역대 최고 실적을 낸 상황이라 교체 시점을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미국 방문길에 공장을 순시하던 정 회장은 공장장에게 신형 쏘나타의 보닛을 열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평소 품질경영을 중시해온 정 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현장에서 직접 차의 상태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공장장이 보닛을 열지 못한 채 허둥대는 바람에 곧바로 경질됐다. 품질과 생산을 담당하는 공장장이 기초적인 사항도 알지 못하고 있다는 문책이었다고 한다.

정 회장이 보여온 일련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재계에서는 즉각적인 상벌이 내려지는 현장경영의 단면이라는 우호적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 특유의 수시인사로 인해 조직 안정성을 해치고 임직원들의 소속감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