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로선 허영인 SPC 회장... ‘K푸드 글로벌 사업’ 좌초 위기

SPC그룹 “무리한 체포영장 집행... 혐의 명백하지 않아” 강한 유감 표시

2024-04-04     유광현 기자
허영인 SPC회장 

 

[경제플러스=유광현 기자] 

SPC그룹 허영인 회장이 구속 기로에 놓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룹 경영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 회장이 그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왔던 글로벌 사업들이 줄줄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면서, 허 회장의 빅피쳐인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향한 추진 동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허 회장의 공백으로 인해 SPC의 유럽진출 등 해외사업 확장 추진에 상당한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허 회장에 대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

허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에서 2022년 8월 SPC 자회사 피비파트너즈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시한 내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PC그룹은 검찰이 허영인 회장 체포에 대해 일정 조정을 해주지 않고 무리하게 집행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SPC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허영인 회장은 지난 3월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공수사제3부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으나, 이탈리아 시장 진출을 위해 중요한 행사인 파스쿠찌사와의 MOU 체결을 앞두고 바쁜 상황이었다. 이에 출석일을 일주일만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그럼에도 검찰에서는 출석일을 조정하지 않았고 연이어 출석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허 회장이 4개월간 출국금지 조치되는 동안 검찰은 한 번도 출석을 요구하지 않다가 해외 업무 수행을 위해 협약 일정을 앞뒀을 때 검찰이 출석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SPC그룹 측은 "허 회장은 75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행사 일정을 무리하게 소화하며 누적된 피로, 검찰 조사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조사 도중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며 "의료파업으로 인해 전공의가 없어 검사 일정이 지체돼 진단서 발급은 늦어졌으나, 담당 전문의는 공황 발작 및 부정맥 증상 악화 가능성이 높아 2주간 안정 가료를 요한다는 소견을 보였다. 병원으로의 출장조사 요청서도 제출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악화된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검찰 조사를 회피하거나 지연하고자 할 의도가 없고, 오히려 검찰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 입장이었다"면서 "안타깝게도 검찰의 반복되는 출석요구와 불출석 상황이 마치 허 회장이 불응하는 것처럼 언론에 공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SPC그룹 측은 "허 회장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해 검찰에 소명했음에도 검찰이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글로벌 사업’을 미래성장 동력으로 삼고 사활을 걸고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이번 검찰에 구속영장을 청구로 당장 SPC그룹이 주력해온 해외사업에 동력이 상실될 위기에 쳐했다.

허 회장은 2030년까지 연매출 20조 원, 전 세계 매장 1만2000개를 보유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SPC그룹은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0개 국에 진출해 56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허 회장이 구속영장까지 집행된다면, 당장 이탈리아 사업 진출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이번 체포영장 집행 직전인 24일 한국을 찾은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CEO(최고경영자)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를 만나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사업 진출에 대해 논의를 나눴었다.

양사는 다음날 협약을 맺었다며, 1년여간 협의 끝에 맺은 큰 결실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가 예정대로 이탈리아에 진출하게 되면 프랑스, 영국에 이어 유럽 내 3번째 진출국이 된다.

또한, ‘할랄 시장’ 진출도 어려워질 수 있다. SPC그룹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올해 할랄 시장에 1호점을 시작으로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PC삼립의 경우, 미국 등 현지 제조 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고, 파리크라상도 미국에 파리바게뜨 제빵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의 구속영장으로 인해 총수 부재에 직면한다면, SPC가 힘겹게 추진해 온 K푸드의 해외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대규모 투자, 인수합병 등 중장기 의사결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힘겹게 쌓아온 글로벌 사업성과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