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회장, 자진사퇴 의사 재확인...內戰 종결 '임박'

2010-10-30     정희원 기자

 
[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당초 예상대로 30일 이사회에 앞서 회장직 사퇴 의사를 사실상 피력했다. 이에 라 회장 후계구도에 대한 이사회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라 회장은 30일 오전 8시 10분 신한금융 이사회 참석을 위해 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취재진과 만나 거취문제에 입장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사람을 그렇게 의심하나. 약속했지 않느냐”고 밝혔다.

지난 27일 라 회장은 최고경영자 미팅에서 “새로운 사람이 오면 계열사 사장들을 중심으로 잘해 달라”며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것을 의미한다.

그는 내년 3월까지 이사직은 유지할 생각이냐고 묻자 “검찰 심문하느냐.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 검찰 조사 나왔나요”라며 취재진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신한은행 본점 16층 이사회 회의장으로 급히 올라갔다.

신한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은 이날 오전 8시 55분에 신한은행 본점에 도착했다.

신 사장은 라 회장이 사실상 사퇴의사를 표명했는데 라 회장에 대해 사퇴를 요구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오늘 이사회에 참석해 분위기를 보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신 사장은 본인의 거취에 대해 “명예회복을 위해 검찰 수사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동반사퇴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고소한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신 사장은 “라 회장이 자진해서 물러나면 모르겠지만 법에 따라 회장직만 물러나겠다고 하니 이사회에서 해임까지 할 수 없고 주총까지 가봐야 할 사안이어서 지금 말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마무리하며 이사회 회의장으로 올라갔다.

한편 라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이사들은 전날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 신한금융지주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어제 이사회 이사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며 “특별히 다른 안건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이사회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대표이사 직무대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류시열 비상근 이사는 이날 직무대행직을 수락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사회를 해봐야 안다”고 답했다. 그는 직무대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해 봐야 안다”고 말했고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도 “아마 논의가 있을 것이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부 이사들은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 3인의 동반 퇴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재일교포인 정행남 이사는 3인 동반 퇴진에 대해 “그렇게 되면 안된다”며 비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의해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아무 말 없이 이사회장으로 이동했으며 김요구, 김휘묵, 김병일, 필립 아기니에, 히라카와 요지 이사 등은 특별한 의견을 나타내지 않았다. 윤계섭 이사는 미국 출장 중이어서 이날 화상회의로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다음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신한금융 이사회 멤버들과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이다.

◆ 김요구 사외이사(삼양물산 대표). 오전 7시 40분 신한은행 본점 입장.

― 지금 심경은?

“모르겠다”

◆ 전성빈 이사회 의장(사외이사ㆍ서강대 교수). 오전 7시 55분.

― 류시열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나?

“이사회 해 봐야 안다. 특별한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어제 이사들과 만나서 의견을 나눴다”

◆ 정행남 사외이사(아비크 대표). 오전 8시 5분.

― 3인 동반퇴진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 비상대책위원회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중에 논의해보는 게 좋다겠고 생각한다.”

― 3명은 논의에서 빠져야 하나?

“3명의 의견이 그대로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상근 이사). 오전 8시 8분.

― 사퇴 입장변화 없느냐?

“사람을 그렇게 의심하나. 약속 했잖느냐”

― 이사직은 유지하실거냐?

“검찰 심문하는 겁니까. 너무하지 않나”

◆ 이백순 신한은행장(비상근 이사). 8시 10분.

(질문에 대답 안하고 입장)

◆ 류시열 비상근 이사(법무법인 세종 고문). 8시 11분.

― 지금 심경은?

“아침부터 많이 모였네”

― 직무대행 맡으시나?

“논의해봐야 안다”

― 이사들 만났나?

“만나서 논의해봤는데 이사회에서 이야기 해봐야한다”

― 비대위는 결성되나?

“이사회에서 논의가 있을 것이다”

― 재일동포 주주들이 동반퇴진 반대한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다”

◆ 히라카와 요지 사외이사(썬이스트플레이스코퍼레이션 대표). 8시 20분

(질문에 대답 안함)

◆ 필립 아기니에 사외이사(BNP파리바 아시아리테일부문 본부장). 8시 20분.

“Thank you”

◆ 김휘묵 사외이사(삼경인벡스 전무이사). 8시 20분.

“이사회 전에 아무 이야기도 안한다”

◆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상근 이사). 8시 55분.

― 라 회장에게 이사직 사퇴를 요구할거냐?

“회의 들어가서 회의분위기 보고 말씀드리겠다”

― 라회장이 이사직 놓으면 같이 동반사퇴할거냐?

“회장직만 법에따라 사퇴하는거 아니겠는가 이사회에서 해임까지 할 수도 없고 자진해서 물러나면 모르겠지만 주총까지 가봐야할 사안이기 때문에 지금 말하는게 적절치 않다”

― 라회장이 물러나면 같이 물러나시겠는가?

“나는 검찰조사를 받고 있으니까 명예회복을 위해 검찰조사에 전념하고 있다. 받고 나서 이야기하겠다”

― 이백순 행장이 계속 물러나야 한다고 보는가?

“전부터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일으킨 사람이 물러나야한다고 이야기해왔다”

― 비상대책위원회 주장을 해왔는데 계속 그러한가?

“중립적인 사람들이 와서 비대위를 구성해 빨리 사태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해왔다”

― 후계논의는 어떻게 되는가?

“비대위 구성되면 그때 이야기하지 지금은 말할 수 없다”

― 비대위가 구성 안되면?

“안되면 안되는대로 차선책 논의하겠다”

― 일본주주의 요구대로 후계논의하는데 세분이 빠지는가?

“처음부터 그렇게 주장해왔다”

― 류시열 이사가 직무대행하면 라회장측이 결국 빠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잘해주시겠죠”

― 류이사가 잘하시겠다는 이야기냐?

“잘해줄거라고 생각한다”

― 찬성하는 건가?

“이사회에서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거 아니겠는가”

― 어제 이사회 만났다는데?

“나는 안갔다”

― 어제 류 이사 만난거 아니냐?

“나는 안 만났다”

◆김병일 사외이사(한국국학연구원 원장). 8시 30분.

― 직무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사회에서 충분히 이야기해야 한다. 이사회 논의 전에 개인의견을 이야기 하는 건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