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지하 기자] 최근 롯데건설이 4000억원대의 주택 재개발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87억여원의 '뇌물잔치'를 벌인 사실이 적발되면서 건설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모습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터진 롯데건설의 '재개발 비리'는 곪을대로 곪은 우리 사회의 부패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만 같아 그저 쓴 웃음만 나올 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주택경기 침체에 시달렸던 건설사들은 황금알로 불리는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여온 게 사실이다. 특히 '돈 있는' 대형사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무기삼아 각종 비리를 일삼았다. 

지난해 7월 대우건설, 롯데건설, 두산건설, 동부건설, 벽산건설 등 대형사들은 재개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정비업체 대표와 재개발 조합장에게 46억원대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어 현대엠코와 대우건설이 인천 삼산지역 재개발 비리로 지난해 말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대부분 시공능력 순위 상위권에 포함된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로, 시공 순위가 비리 순위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온갖 비리로 점철된 건설업계의 금품수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건설비리 확산에 일조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올해 들어 정부는 공사 수주 과정에서 금품 로비를 벌이거나 입찰 담합을 한 건설사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완화시켜주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통해 뇌물수수 등 비리를 저지른 건설사에 대한 처벌 수위를 3단계로 낮춰줬는가 하면, 최근에는 국가·공기업 발주사업의 입찰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한 부정당업자에 대한 제재 조치를 입찰 제한 대신 일정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계약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제도적인 허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금품을 제공하더라도 주최인 건설사가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로비를 벌인 건설사 직원이나 임원들이 법적 책임을 진다. 이들이 자신의 성과를 위해 개인적으로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하면 회사 측에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건설사들은 이를 악용해 '모르쇠'로 일관하며 잡아떼기 일쑤다.

정부가 '비리 건설사'에 대한 처벌 기준을 완화시켜 줄 수록 건설업계에 뿌리내린 부정부패 구조를 온존케 하고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모니터링을 통해 공정한 입찰질서를 확립하고, 부정부패가 싹트는 구조적 모순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건설업계 한 종사자는 뇌물수수 사건이 터졌을 때 늘상 하는 말이 있다. "오래전부터 '뇌물ㆍ비리'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세상의 욕 다 먹으면서 커 온 곳이 건설 바닥이라 왠만한 비리에는 감흥도 없다는 것". 잠깐 몸을 움츠리고 대충 넘어가는게 상책이란다. 그의 한마디는 많은 것을 대변하는 듯 하다.

재개발사업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더 나은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사업이지, 재벌 건설사나 조합을 위한 '배불려주기 사업'이 아니다. 시공사 선정단계부터 뿌려지는 로비자금과 홍보비는 고스란히 분양가에 전가되는 만큼 대형 건설사들의 무분별한 수주전쟁에 결국 부담은 '서민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정부와 건설사, 이들이 진정으로 챙겨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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