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지하 기자] 유가안정화 대책을 둘러싼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다음달 6일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조치 종료로 서민들의 가계부담 압박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관계부처들의 대처방식이 극과 극을 달리며 '힘겨루기' 양상으로 까지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경부는 사실상 주인공 자리를 도맡아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 반면, 유류세 및 석유제품 관세 인하 등 칼자루를 쥔 재정부는 세수감소 걱정에 전혀 미동도 없는 상태다.

정부의 압박에 석유제품 공급가격을 한시적으로 인하했던 정유사들은 "3개월간 8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더 이상의 할인 연장은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와 여론의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다. 

오히려 "고통분담 노력을 할 만큼 했기에 이제는 정부가 성의를 보일 때"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더 이상 세수 증대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관세 및 부가가치세 면제, 탄력세율 인하 등의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경부 역시 업계 도리만으로는 기름값을 끌어내리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세금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며 재정부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하 조치와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면서 기름값 잡기 총력전에 나섰지만, 이런 조치들 만으로는 유가안정이 힘들다는 설명이다. 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제품의 세금수입이 증가한 만큼 일정부문을 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하지만, 유류세 및 할당관세 인하에 대한 재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기름 소비만 부추길 뿐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논리로 맞서고 있다. 더불어 유류세 인하로 석유제품 가격을 내리는 것은 에너지 절약이라는 정부 방침과 상충된다는 주장을 편다. 가격이 떨어지면 원유 가격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만 증가할 것이 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8년 할당관세와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유가가 인하 조치 이후에도 계속 올라 결국 2주일이 채 안돼, "인하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세상의 비판을 한몸에 받았던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기름값 등 서민물가 안정의 선봉장 격인 지경부와 재경부가 이처럼 물밑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다음달 '기름값 폭등'에 의한 서민가계 부담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에 대비해 부처 상호간 선제적 대응과 정책공조 강화가 절실한 판국에 이들이 보여주는 엇박자 행보는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올 하반기에는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교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기름값마저 폭등한다면 그야말로 물가대란이 촉발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전향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출고나 판매조정 등 위법행위를 단속하겠다는 엄포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지경부와 재경부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기름값을 근본적으로 내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는게 우선이다.

정부의 고질적인 '선발생 후조치' 정책에 더 이상 '서민'이 희생양이 되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기름값 안정화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서민들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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