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두윤 기자] CJ가 삼성증권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CJ의 대한통운 인수 주간사를 맡았던 삼성증권이 계열사인 삼성SDS가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자 계약을 일방철회했다는 것. 이유는 '정보 유출 우려 때문'이라고.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기업 및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본입찰이 임박한 시점에서 핵심정보를 공유했던 자문사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했다는 도적적인 문제를 넘어 CJ의 인수전 실패 등 현실적인 피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

만약 삼성증권이 가지고 있는 고급정보가 삼성SDS로 유출된다면 차, 포가 다 떼인 CJ입장에서는 이번 인수전에서 흥행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CJ는 대한통운 인수전 불참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측에서는 26일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고 밝힌 상태다.

CJ 관계자는 “우리 인수전략을 논의해왔던 삼성증권 측의 계열사가 다른 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건 심각한 배신행위”라며 “계약을 철회한 삼성증권에 대해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에대해 “현재 CJ측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나오지 않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가 CJ측에게 철회를 통보한게 아니라, 삼성SDS가 참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오히려 우리가 잘린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양사의 입장차이를 떠나 논란의 불씨는 이재웅 삼성전자 사장에게로도 번지고 있다.

삼성SDS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인 회사로, 이번 인수전이 성공적인 결론으로 귀결된다면 과거 e-비즈니스 실패가 짐이 돼왔던 이 사장에게는 날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삼성그룹내 IT 서비스 회사인 삼성SDS가 물류사업에까지 뛰어들어 가치가 높아진다면 향후 그룹 후계구도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자금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올해 승진을 통해 그룹전면으로 나서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경쟁구도가 부각되기도 했다는 점은 이 사장 입장에서 과거를 털고 그룹 지배력을 높일 유력한 카드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인수전 참여와 삼성증권 계약 파기의 배경에는 이 사장의 '설욕전' 성공을 위한 삼성그룹과 삼성증권의 모종의 사전 밑그림이 있지 않았겠냐는 의혹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태다. 삼성그룹이 멍석을 깔고 삼성증권이 총대를 매,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선보였다는 것.

CJ측은 올 초 삼성증권과 대한통운 인수 주관 계약을 맺기전 삼성그룹의 인수전 참여 여부를 사전에 타진 한 뒤 삼성증권과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28일 삼성은 이번 사태와 관련돼 "비즈니스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 그룹 차원에서 관여한 일이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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