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등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 공기업들에서 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27일 감사를 통해 금융 공기업 임직원들의 근무기강 해이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는데 그 내용을 보면 기가막힌다.

내부 투자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하거나 근무시간 중 수십차례의 사적 주식거래를 하고 보고도 없이 마음껏 해외 여행을 다녔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사립학교교직원연금, 한국지방재정공제회등은 그럴만 하다고 쳐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기업들이 그것도 일반인보다 한차원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금융기관이 연류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작년부터 대한민국 금융계는 나사가 빠진듯한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의 내부 권력투쟁에 이어 올초에는 농협의 IT혼란 사태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저축은행들의 비리와 거기에 연류된 금융감독원의 비리들이 줄줄이 터져나왔다.

조금 잠잠해질만하니 그동안 묵묵히 일 잘한다고 여겼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 뒤에서는 비리를 양산하고 있었다.

산업은행에선 14.8%인 362명의 임직원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는 임직원의 10%인 104명, 수출입은행은 전체 임직원의 23.7%인 162명이 사적인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는 직원들의 복무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부점장 이상의 임원은 세 기관을 합해 34명이나 적발됐다고 한다.

운영경비를 가로채거나 출장 중 무단 해외여행을 한 직원들도 적발됐다. 산업은행의 직원 18명과 한국자산관리공사 2명은 허위로 지방출장을 승인 받은 뒤 무단으로 일본, 중국, 필리핀 등으로 해외여행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한 대리는 휴가신청도 하지 않고 구두보고만 한 뒤 태국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 공기업들이 인금인상이나 각종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까. 무책임하고 그야말로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아무런 할 말이 없어 보인다.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아무리 낙하산 수장이 내려오고 좋은게 좋다는 끼리끼리 내부 문화가 고착화 됐다지만 이 정도라면 나라 간판을 걸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다.

그나마 수출입은행이 업무시간에 주식을 거래한 임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은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주식 거래 빈도 많은 3명에 대해선 징계(면직, 정직, 감봉, 견책) 절차를 밟고, 19명에 대해선 주의 촉구 및 경고 결정을 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청년층의 취업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지 오래됐다. 일을 하고 싶은 유능한 인재들이 넘쳐나는 시기다. 이런 시점에서 비리에 연루된 1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을 굳이 조직에 남겨둘 이유가 있는지 세 기관의 수장들은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또 사규에 명문화해서 앞으로 조직에서 이런 비리가 터져나오면 책임지고 행장들은 깨끗하게 사퇴하길 바란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떳떳한 일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제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