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지하 기자] 지난 15일 국토해양부 직원들이 4대강 공사업체들로부터 '술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쏟아지자, 국토부 수장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이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조만간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비리의 악취가 온세상을 뒤덮게 될 것이 뻔하다"며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로 불거진 금감원 비리에 국민들이 혀를 차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나아질지 모르는 체감경기, 높은 물가와 등록금에 하루하루 허리가 휘는 서민들은 일련의 비리 사태에 허탈을 넘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비난의 화살은 공직사회와 함께 로비를 한 건설업계에도 쏟아졌다.

4대강 공사 수주를 10대 재벌 건설사들이 사실상 독식하며 '담합과 나눠먹기' 의혹이 여전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관련 건설사들에게 가시방석이 되고 있는 것.

삼성, 현대, GS, 대림, 대우 등 국내 시공능력 순위 10위권내의 '돈 있는' 건설사들은 4대강 상위 10대 공사비 수주업체에 랭크되며, 총 수주율이 전체 공사의 54%를 차지했다. 전체 공사비 8조6000억원 가운데 10대 재벌 건설사들이 공사비의 절반 이상인 4조6000억원을 싹쓸이 했다.

정부가 온갖 비판을 무릅쓰고 추진중인 4대강 사업이 이처럼 재벌 건설사들의 '배불려주기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4대강 사업 추진의 선봉장 격인 국토부의 고위 공무원들이 관련 업체들로부터 '융성한 접대'를 받은 것이다. 사업 선정에 대한 '보은'이었던 것일까.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부적절한 (공무원들의) 행동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국민앞에 고개를 숙였지만, 문제가 된 연찬회를 두고 '관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예전부터 해오던 관행으로 치부했다. 또 향응을 접대받은 직원들에게는 경고라는 솜방망이 제재에 그쳤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재벌 건설사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의 각종 담합과 부정부패를 보면서, 또 '악취' 나는 비리사건에 대처하는 국토부 수장의 틀에 박힌 언행을 보면서, '분노'가 아닌 '신물'이 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들만의 리그'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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