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지난해말 대한민국 금융계를 대혼란에 빠트린 신한금융그룹의 권력투쟁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농협이 그 막장 드라마의 후속주자로 혜성같이 나타나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기자는 두 회사의 사건을 연이어 취재하다 보니 묘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신한금융은 내부권력 투쟁으로 촉발된 위기를 회사 외부로 표출시켜 위험을 온 사회 전반으로 전이 시켰다.

역시 농협도 현재까지는 외부에서 침입한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보이나 역시 내부의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보이며 사회 전반으로 확대 된 사건이다.

두 금융그룹을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농협의 지역단위 조합이 전국의 읍면동까지 파고 들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청와대에도 있다. 신한도 ‘금융계의 삼성’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말해주듯이 강력한 영업력과 함께 각종 사회적 이슈에서도 가장 앞서왔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멀쩡한 허우대 만큼 튼튼한 내실을 지녔는지 의문이 든다. 신한금융의 맏형격인 신한은행은 서진원 행장이 지휘봉을 넘겨 받은지 100일이 넘었지만 리테일이나 기업대출 어느 하나 1등하는 것 없다는 자조적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러다가는 금융그룹내에서 맏형 자리를 카드사에 내줘야 하는것 아닌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그룹내 이익에서 신한은행을 제친적도 있다.

농협은 금융권에서 홍보부서의 조직과 인원이 가장 많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계속된 말바꾸기와 거짓말로 고객들을 우롱하는 수준이 흡사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다.

기자들에게 브리핑할때도 “답변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과연 농협같은 금융회사를 신뢰하고 거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만들었다.

기자들이 신한금융과 농협중앙회의 본사에 들어가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곳이 딱 두군데 있다. 기자실과 화장실이다. 심지어 비상계단에서도 해당층의 출입 카드가 없으면 비상문을 열고 나갈 수 없다. 만약 화재시에 비상계단으로 대피하던 중에 문을 열 수 없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렇게 사옥 보안을 철저하게 신경쓰는 회사가 시스템 비밀번호는 7년 그대로 유지하다니 그야말로 '놀랠 노'자다.

금융감독원 규정상 3개월에 한 번씩 전산망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농협은 그냥 휴지조각으로 봤던 모양이다. 감독기관의 지침에도 콧방귀를 뀌는 농협이 자신들의 전산업무 처리지침을 준수할리 만무하다. 비밀번호는 영문자와 숫자를 혼용해 8자 이상으로 만들게 돼 있지만 이것도 지키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수준임에도 최원병 농협 중앙회 회장과 은행으로 치자면 은행장에 해당하는 김태영 농협 신용대표도 자신들은 이번 사고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일사분란하게 선긋기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비상임이어서 업무를 잘 모르고, 내가 한 것도 없으니까 책임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금융사에 길이 남은 사상초유의 금융사고가 터진 금융사를 거느린 수장의 입에서 뱃은 말이다.

기본적으로 금융그룹의 CEO들이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억대 연봉과 판공비를 받아 챙기는 이유는 고객들의 돈을 대신관리 하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만약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하라는 뜻이다.

최 회장은 도데체 농협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길래 이번 사고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현금을 가족이나 친척이 아닌 은행에 맡긴다. 고객의 돈을 대신 관리하는 금융 회사가 고객의 금융에 손해를 입혔는데도 자리보전을 하고 드러눕겠다는 행태는 보통 국민들의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신한금융이 유일하게 농협보다 잘한게 하나 있기는 하다. 은행을 놓고 권력투쟁을 벌인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삼인방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의 자리 보전으로 인해 조직에 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조직에 대한 실낱같은 애정은 남아 있었다.

이미 농협이라는 조직의 신용과 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된 상황이다. 국민들은 농협 회장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수습하며 마무리하는 모습을 봐야 납득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농협은 금융회사로서 존재의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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