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지하 기자] '3D TV' 기술 방식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 분쟁이 수위를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진 모습이다.

양사는 지난달 새 3D TV 제품을 내놓은 이후, 삼성의 셔터안경 방식과 LG의 편광(FPR) 방식 간 기술 경쟁력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과 LG는 지난달 21일 '3D TV 표준화 전략 세미나'에서 자사의 3D TV 시연회를 열고 두 방식의 기술 및 화질 우수성을 직접 비교해 보기로 했다.

LG는 현장에 부스까지 설치하며 시연회를 준비했지만, 삼성은 준비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돌연 시연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한 인터넷 IT동호회에서 주최한 삼성과 LG의 비교 시연에서도 삼성은 행사를 앞두고 샘플을 제공할 수 없다며 참가를 취소해 맞대결이 또 다시 무산됐다.
 
이에 대해 LG는 삼성이 일부러 공개적인 비교 시연을 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삼성 측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연회인 만큼 시기, 방법 등이 보다 더 공정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이후 분쟁은 광고로 옮아갔다. 삼성전자는 최근 현빈이 모델로 나오는 3D TV CF에서 “3D도 풀HD로 봐야 제대로"라는 말로 자사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이 CF에는 LG가 연상되는 원숭이가 등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LG전자도 똑같이 광고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모양새다.

전자제품은 기술력의 우수성에 따라 매출에 영향이 미칠 수 있어 국내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양사간 감정싸움이 십분 이해되는 대목이지만, '기술력 자랑' 이전에 현재 3D TV 산업이 당면한 가장 큰 이슈는 '콘텐츠 확보'라는 점을 먼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세계 TV 업체들이 3D TV를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안방 3D 시대의 원년이 됐지만, 시장의 성장은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11월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3D TV 수요는 320만대 수준에 그쳤다. 이는 3개월 전의 예측치인 340만대보다 다소 줄어든 수치다. 3D TV가 전체 TV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역시 8%에 불과했다.

출시 당시 400만원에 육박했던 50인치 PDP 3D TV의 경우 100만원 대까지 떨어져 가격이 훨씬 저렴해졌음에도 여전히 판매 수요는 기대치를 충족치 못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3D TV의 판매를 견인할 콘텐츠의 부재가 심각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소비자들이 막상 3D TV를 구입한다 해도 별로 볼게 없다는 말이다.

삼성과 LG도 올해 초 국내 및 해외시장에서 콘텐츠의 양과 질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펼치겠다고 밝혀 콘텐츠 부족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3D 콘텐츠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자신의 기술이 최고라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사에게 당장에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시사해주고 있다.

가공할 정도로 빨라진 최근 IT분야에서 기술발전 속도는 ‘최신’ 이란 말 자체도 헌 것이 되게 만든다. 이제 소비자들은 얼마나 최신인가 보다 얼마나 유용하고 재미있는가에 ‘선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롭고 우수한 제품보다 얼마나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하고 확보하느냐, 그리고 소비자들의 욕구와 필요를 어떻게 충족시키고 개선시킬 것인가가 관건인 셈이다.

제품 우수성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현명한 소비자들 몫으로 넘기면 된다. 진정으로 제조사들이 챙겨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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