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미래에셋증권의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로 시작된 랩 수수료 전쟁의 초반 판도가 수수료를 인하한 증권사로 기우는 양상이다. 각 증권사에는 수수료 논란 이후 구체적인 판매액 변동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지만 예상과는 달리 수수료 인하가 고액투자자의 투자 패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17일 SK증권의 수수료 인하 동참으로 자문형랩 수수료를 내린 증권사는 현재 미래에셋, 현대, SK 3개사가 됐다. 반면 일임자문형 랩 규모 1, 2위인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수수료 동결을 선언한 상태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삼성증권이 2조7000억원으로 자문형 랩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우리투자증권 9133억원, 한국투자증권 8400억원이 추격하고 있다.

랩 판매가 가장 활성화 된 강남지역의 현장을 살펴본 본 결과 수수료를 내린 증권사는 판매액이 늘어난 반면 수수료를 동결한 자문형랩 선두권 증권사는 판매액이 감소세를 보였다.

장석진 미래에셋증권 잠실지점 과장은 “수수료 인하 이후 문의가 많이 늘었다”며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는 수요까지 겹쳐 실제 가입 금액도 3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김홍배 삼성증권SNI코엑스인터컨티넬탈 지점장은 “최근 랩 판매가 다소 정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하지만 수수료보다는 조정장의 여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안예희 현대증권 개포지점 WM팀장은 “기존 고객에게 같은 자문사의 랩이라면 수수료가 싼 쪽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익이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수료 인하로 고액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현재 기존 수수료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수수료는 투자 금액에 따라 각각 3.2%~1.2%, 3%~1.8%다. 고액을 투자해야만 수수료 할인이 되는 만큼 분산 투자에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다. 수수료 인하로 이 같은 비용 부담이 완화되면서 고액 자산가들의 분산투자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안 팀장은 “수수료 인하 후 3000만~5000만원 정도의 소액 가입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수수료 부담이 덜어져 고액 투자자들도 한 자문사에 집중해서 투자하기 보다는 여러 자문형 랩에 분산해서 투자해보고 수익을 비교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재테크의 성공은 수수료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수익을 냈지만 높은 수수료로 인해 돌려받는 돈이 생각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수수료를 제하고 나면 오히려 원금보다 적을 때도 있다.

반면 수수료는 금융회사의 주 수입원이기도 하다. 금융회사들은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는 만큼 고객들에게 더 높은 수익과 양질의 서비스를 약속한다. 고객들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책정하는 금융회사들도 있다.

이번 수수료 논란은 자문형랩을 비롯해 많은 금융상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권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은 이번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먼저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자문형랩 수수료의 책정과 부과에 대해 살펴보는게 중요하다. 펀드와 자문형랩 모두 간접투자 상품이지만 수수료 책정 방식은 전혀 다르다. 펀드의 경우 운용보수, 판매보수, 수탁보수, 사무보수 등이 포함된 수수료로 부과된다. 일반 주식형펀드의 연 평균 수수료는 1.64% 수준이다.

자문형랩의 경우 연 평균 수수료가 3% 수준이다. 3%의 수수료는 증권사와 투자자문사가 보통 8대 2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또 자문형랩은 주식 매매수수료가 전혀 없으며 전체자산에 대해 랩 수수료만 부과된다.

구체적으로 자문형랩의 수수료 부과 방식은 크게 선취형과 후취형 두 가지로 나뉜다. 선취형 자문형랩은 전체 가입금액에서 2%대의 수수료가 일괄적으로 부과된다. 이 상품은 모집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후취형 자문형랩은 많은 금액을 투자할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진다. 1억원 이하를 투자하면 연 3.0%, 1억원 초과~3억원 이하는 연 2.5%, 3억원 초과~5억원 이하의 경우 연 2.3%, 50억원을 초과하면 연 1.4%가 수수료로 부과되는 식이다.

정종욱 동양종금증권 고객자산운용팀 차장은 “장기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라면 선취형보다 후취형 자문형랩에 가입하는 것이 수수료 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 증권사들은 자문형랩 수수료가 결코 높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단 펀드와 자문형랩의 수수료를 평면적으로만 보면 안된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펀드와 랩은 상품의 성격 자체가 다르므로 수수료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하면서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문형랩은 적은 비용으로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며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직접 받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본지 주간 '소비자플러스'紙 2월 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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