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최근 외국인이 신흥 시장에서 이탈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도 조정을 거치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 매수세에 따라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만 외국인의 공백을 국내 자금이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조330억원, 투신권은 1조616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반해 연기금은 1조2658억원, 개인은 3조1054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자금 규모로만 보면 연기금과 개인이 외국인 및 투신권 매물을 여유 있게 받아낸 것이다고 말한다. 다만, 수급의 주도권에서는 연기금과 개인이 중심에 자리 잡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연기금은 주식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어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지만 상승장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또한 개인 자금으로 분류되는 자문형 랩도 8조원 규모로 불어났지만 증시 전반의 주도권을 논하기에는 규모가 미미하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올해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들이겠지만 그 강도는 지난해 수준에 못 미칠 것이다”며 “그 격차를 연기금과 개인, 주식펀드 등 국내 유동성이 조금씩 메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현대증권 이상원 투자전략팀장은 “개인은 숫자가 너무 많아 특정 방향으로 매매 전략을 취하기 어렵고 자문형 랩도 특정 종목이 아닌 증시 차원에서 영향력을 논하기에는 규모가 작다”며 “기관과 외국인이 공격적인 매수 또는 매도에 나서면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전체 증시 흐름을 두고 볼 때 외국인의 수급 주도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년간 빠져나가기만 하던 국내 자금이 올해에는 유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수급 주도권 요체가 국내 증시에서 가장 특징적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신흥국의 긴축정책과 자본 규제로 매수세가 강화되기는 어렵다”며 “기관이 매수 강도를 높여가면서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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