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동욱 기자] 기자는 얼마전에 한 독자에게 이메일을 받았다. 자신을 외환은행에 투자하고 있는 소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독자는 일전에 토론 게시판에서 기자가 쓴 기사를 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외환은행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은행이 인수를 한다고 해서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며 향후 진행 방향과 외환은행의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달았다. 당신의 단 하나뿐인 카드도 자신의 사진이 박혀 있는 외환은행 신용카드 하나뿐인데 스트레스가 쌓여 밤잠을 못 이룬다는 하소연도 곁들였다.

사실 기자도 그것이 알고 싶다.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에 관련 된 기사를 작성할 때면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사실 확인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큰소리가 나온 적도 여러번 있었다. 그만큼 많이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중차대한 문제라서 그렇다.

오늘은 어디 회장님이 내일은 다른 회장님이 던진 말 한마디에 기자들의 펜이 춤을 추고 그걸 지켜보는 고객들은 어지럽고 불안하기만 하다. 저 높은 하늘 위 구름속 이야기 같아서 암만봐도 알기 어렵다.

가끔씩 일반시민들과 은행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은행들의 인수합병 논의와 민영화 관련해서는 거의 모른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긴 테그얼롱이니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니 하는 용어가 난무하는 기사를 보면 기자들도 대번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고객들은 은행의 존립이 위태하고 휘청거린다면 그것은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신한은행의 CEO리스크가 터져 나왔을때도 그랬고 지금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불협화음을 보면서도 그리 느낀다. 고객들은 이러다가 삼화저축은행처럼 내가 맡긴 예금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하는 소박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은행의 인수 합병을 통해 세계 50위권의 은행을 만드는 것도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해외 수신기반이 효율적 운영 없이 덩치만 키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리고 한 식구로 끌어안겠다고 벼르면서 적진에 포격하듯 고소·고발이 날아다니는것도 고객들 입장에서는 씁쓸하고 불안하게 보일 뿐이다.

얼마전 신한은행은 본점 인근 및 명동지점 일대에서 서진원 은행장을 비롯한 본부부서 임직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리행사를 실시했다. 전국 1만 4천여명의 영업점 직원들도 각 영업점 일대에서 새해감사인사를 했다.

서진원 은행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은 영하의 날씨에도 거리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신한은행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한은행 잘 부탁합니다” 는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행장의 90도 인사에는 근 4개월간 대한민국을 들끓게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듬뿍 베어있었다.

은행의 존립은 회장이나 행장이 아닌 고객에게 달려있다. 인수합병과 민영화도 좋지만 고객이 불안해하고 외면하며 발길을 돌리게 하는 은행은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금융을 이끌어가는 행장님들과 회장님들도 이 사실을 똑똑히 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1월 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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