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박소연 기자] 글로벌 선두로 자리매김한 한국 조선업에 대한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추격의지가 뜨겁다. 저렴한 가격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국과,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공세를 본격화하면서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서고 있는 일본이 글로벌 조선강국 왕좌에 오른 한국을 목표로 ‘타도 한국’을 외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조선업계에 대한 경각심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중국은 자국 발주와 자국 수주에 기대고 있어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과 일본은 숙련된 인적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해 아직 한국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주된 시각이다.
 
다만, ‘영원한 1등은 없다’는 시장의 기본통념상, 친환경‧고부가가치 분야 등 왕좌를 지킬 수 있는 국내 조선업의 자기수행에 대한 의지와 노력은 계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中, 아직은 연습부족…물적공세는 여전해
중국은 지난해 건조량과 신규 수주 등의 기준에서 모두 한국을 앞질러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工業和信息化部)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대비 54.6% 늘어난 6560만DWT(중량톤)의 선박 건조를 완료했으며, 신규 수주물량도 7500만DWT로 2009년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최근엔 톈진·다롄, 상하이·창싱(장흥)도, 광저우지역 3곳에 ‘3대 조선기지’를 육성해 중소형 벌크선에서 고부가가치선으로 수주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02년 후동중화조선은 자국물량으로 5척의 LNG선 건조계약을 최초로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일본 3대 선사 중 하나인 MOL사로부터 LNG선 4척을 수주하며 본격 해외 수주에 나섰다. 자체적으로 제작한 첫 번째 해상 유전 시추설비도 성공적으로 제작을 마친 상태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한 정부의 화끈한 지원사격은 수주몰이에 불을 지폈다.

대형 선박을 한 척 만드는 데엔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 자금 마련 계획은 필수. 특히 선박건조 자금은 수조원에 달하는 거액인 경우가 많아 선주가 자체 자금으로 이를 모두 충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선박 제조 과정에서 선박금융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작용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9년 2월 ‘조선공업 조정 및 진흥계획’을 발표, 중국은행,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 중국수출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총동원해 선박금융을 지원하고 나섰다. 외국 선주들이 중국조선소에 선박 제조를 발주할 경우 선박 가격의 80%까지 지원하는 것이 골자이다. 특히 민생은행과 공상은행은 선박금융전문 리스회사를 설립, 스스로 선박을 발주한 뒤 해운사에 임대하는 형식의 선박금융업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LNG선이나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에 있어선 국내 조선업을 따라잡을 만큼의 경험치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강사준 한국조선협회 본부장은 “최근 벌크선 위주에서 LNG선 등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사업구조를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앞으로도 성장속도는 빨라지겠지만 기술력을 키우기 위한 부단한 연습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삼성중공업은 크루즈선 계약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상태로 성공적으로 건조 시 그동안 크루즈선을 독점해온 유럽시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며 STX조선해양도 STX유럽을 인수해 기술을 익히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체적인 수요를 유발하고 있지만 고난이도의 기술을 요하는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있어선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효율이 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지원은 예의주시할 요소로 꼽혔다. 홍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타격으로 자국 선사, 조선사 위주의 선별적 대출이 우세한 가운데, 공격적인 선박금융으로 자국 해운 및 조선사 육성정책에 나선 중국의 정책적 개입은 설비 확충 면에 있어서 의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선주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2009년 말까지 중국공상은행은 국영선사인 코스코에 150억달러를 선박발주대금으로 대출했으며, CSCL엔 5년만기 14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또 조선사에도 약 224억4000만달러 규모의 여신을 지원했다.

 
 
◇ 日, 인적인프라 구축이 관건…파급력은 ‘미미’
일본은 과거 1970년대 용접공법을 앞세워 유럽이 지배하던 조선 시장을 제패했다. 리벳공법보다 생산성이 3배가량 높은 새로운 공법으로 기존 공법을 고수하던 유럽을 제치고 선박 건조 시장을 장악한 것. 반면 유럽은 낙후된 공법과 잦은 노동쟁의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 뒤로 일본은 실질적으로 전세계 조선업 생산량의 60%이상을 점유하는 조선 초강국으로의 입지를 확고히 하며 20년간 독주를 지속해갔다.

그러나 1990년도에 들어서면서부터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1973년 오일쇼크가 오면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통해 설계 인력을 대거 축소, 표준화된 선박 제조에 나서면서 한국에게 왕좌 자리를 내어주기에 이른다. 새로운 선형(컨테이너선, LNG 선)의 부각 및 고객 요구의 다양화에 적응하지 못해, 한국 조선업체들이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일본의 가와사키(川崎)중공업이 해상 LNG-FPSO(액화천연가스 부유식시추저장설비) 건조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한국에 새로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LNG-FPSO는 선체 위에 LNG의 생산·액화·저장까지 모든 공정시설을 갖춘 최고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건조 비용은 보통 1000억~3000억엔(약1조3400억~4조200억원).

국내에선 삼성중공업이 지난 2008년 세계에서 발주된 LNG-FPSO 6척을 모두 수주했으며, 지난해 초에는 유럽의 쉘(Shell) 사로부터 총액 250억달러 규모의 초장기 수주계약을 따내는 등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태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중국 최대규모의 다롄조선소의 낮은 인건비를 활용해 올해부터 세계의 자원개발기업을 상대로 부가가치가 높은 LNG 생산 해양설비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개발과 설계는 일본에서 진행된다.

홍성인 연구위원은 “일본은 특정 선종 선향에 집중하는 표준선 전략을 내세워 전반적인 비용을 줄였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에 뒤지는 상황을 초래했다”며 “파급력을 갖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이시카와지마-하리마(IHI)은 LNG-FPSO 시장 참여를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

이석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인건비를 문제로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란 지적이 있지만, 한국이 과거 일본을 제치고 조선업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인건비 문제가 아닌 설계 인력의 해고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일본 조선업체들이 설계인력을 해고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면 일본이 조선업을 장악하는 현상이 아직까지 유지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일본과 독일이 장악하고 있는 자동차와 기계산업이 그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일본은 새로운 선박 설계 능력이란 면에서, 중국은 효율성 높은 고품질의 선박 제조 능력이란 면에서 뒤쳐진다”며 “유가 상승과 환경오염 규제에 따라 해운업 및 조선업의 새로운 환경 변화에 한국 조선업계가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시각이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유가 상승과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인한 수혜도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특히 IMO(국제해사기구)는 2015년 이후 새로 건조되는 선박에 대해 오염 물질 배출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석제 연구원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서는 경쟁업체보다 연비가 떨어지는 업체가 계속 탄소세를 부담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업체 간 경쟁이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며 “선박에 대한 친환경 규제의 최고 수혜주는 한국 조선업체인만큼 치열한 연비 경쟁 속에서 압도적인 기술 및 품질 우위를 확보한 한국 조선업체의 대대적인 약진이 돋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주경쟁력 우위에 있는 컨테이너선, LNG선,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IMO(국제해사기구)의 선박 이산화탄소 배출규제 등으로 연비에 있어 기술적 우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한국 조선업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며 올 한 해 순항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주요 7개 조선사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약 2년치의 수주잔량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올해 수주목표는 전년대비 35% 증가한 509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조선사별로는 지난해 106억달러를 수주했던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해 198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전년대비 수주액이 86.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97억달러를 수주한 삼성중공업은 전년대비 13.4% 증가한 약 110억달러, STX조선해양은 61.3% 증가한 50억달러 규모의 수주물량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12억달러에서 소폭 감소한 110억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로 호황기(지난 2006~2008년) 이전 평년 발주량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지만, 선박공급 과잉 및 미국 경제 더블딥 우려, 유럽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 등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재한다”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1월 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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