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올해 들어 최근 2년간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외국인투자자의 매수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지고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 수급에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 등 국내 자금이 증시의 주도세력으로 다시 등장할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해 21조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각각 12조원, 5조원을 순매도한 기관과 개인에 맞서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고객예탁금은 16조675억원을 기록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신용융자 잔액도 6조3243억원으로 2007년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실시한 코스닥기업 공모주 청약 7건에 7조7000억원의 개인자금이 몰리고 증권사들의 자문형 랩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등 개인이 움직이는 신호가 감지됐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가계자금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며 “기업실적 향상, 미국 경기회복 등 주변 여건을 고려했을 때 2005년과 유사한 가계자금 대이동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자금뿐 아니라 연기금과 퇴직연금 등 장기자금이 가세하면서 국내자금이 수급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규모가 올해에는 50조원까지 증가할 전망이고 지난해 20조원과 비교해 2배가 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연기금 중 자산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비중을 당초 목표치보다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국내 주식 목표비중은 올해 16.6%이지만 시장 판단에 따라 최대 5%포인트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투자정보팀장은 “연기금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선별매수하기 때문에 대량 매도로 돌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연기금의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매수세가 유입되고 종목은 안정적인 주가 흐름이 예상돼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자금은 지난 2005년과 같은 여건 속에서 증시로 이동할 것이다”며 “강도와 속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지만 연기금과 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이 가세하면서 국내 자금이 서서히 수급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한편, 올해 전체 증시 흐름을 두고 볼 때 외국인의 수급 주도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2년간 빠져나가기만 하던 국내 자금이 올해에는 유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수급 주도권 요체가 국내 증시에서 가장 특징적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세 둔화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 국내 증시의 상승률이 가장 좋았던 해는 1999년, 2005년이었는데 두 해의 공통점은 외국인이 아니라 국내 자금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이라고 제시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연기금은 주가가 상승하면 팔고 하락하면 사는 보수적인 대응을 보였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올라가면 사고 떨어지면 더 사는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올해 역시 주식 매입 비중을 늘리며 당분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고 예상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신흥국의 긴축정책과 자본 규제로 매수세가 강화되기는 어렵다”며 “기관이 매수 강도를 높여가면서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1월 28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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