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형주 기자] 현대차의 5세대 그랜저가 출시되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다. “이달안에 계약대수가 3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등과 함께 “최신장비를 적용해 수입차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것”이라는 나름의 분석이 담긴 기사들도 그랜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기아차는 K7의 동력 성능을 높인 개선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며, 르노삼성은 7월쯤 뒷좌석 공간이 동급 최대인 신형 SM7을 출시한다. GM대우는 다음 달부터 알페온의 판촉행사를 열 계획이다.

국산 준대형차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어 지는 가운데 잠시 시간을 돌려 일전에 있었던 삼성임원 318명의 자동차 선호도를 한번 알아보면 지난 연말 임원으로 승진한 삼성그룹 신규 임원 318명의 78.6%인 250명이 기아차 오피러스와 K7을 주문했다.

대형 세단 오피러스는 신규 임원의 절반에 가까운 155명(48.7%)의 선택을 받았다. 신규 임원 95명(29.9%)은 준대형 세단인 K7을 선택했다. 지난해 이어 삼성 임원들은 기아차를 선호했다. 나머지 신규 임원들은 쌍용차의 체어맨(27대), 르노삼성차의 SM7(20대),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13대), GM대우의 알페온(8대) 등을 업무용 차로 원했다.

318대중 고작 13대다. 일각에선 “신형그랜저는 폭발적 관심을 받고는 있지만 한달 이상 출고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해명성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는 조금 다른면에 주목을 하고 싶다. 한번 구매하게 되면 최소 몇 년을 타야하는 자동차를 고작 한달여의 기다림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은 의문이 든다.

작년같은 경우엔 임원 220명중에 96명이 갓 나온 k7을 선택했다. 그때의 k7도 역시 출고적체로 인해 ‘기달려야’ 했을텐데 말이다. 작년에도 그랜저는 고작 5명이 선택했을 뿐이였다.

무엇이 문제일까 같은 기다림 일텐데 말이다. 그랜저 아니, 현대차만의 경쟁력을 찾아봐야 할때이다.

이번에 출시된 신형 그랜저의 겉모습만을 보게 되면 앞서 출시되었던 아반떼, 소나타등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조차 든다.

요즘 현대차 디자인의 특징을 보면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기반으로, 공기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는 윈드와 예술적 조형물인 크래프트를 모티브로 삼은 디자인들을 선보이며 현대차는 이제 어느정도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고 패밀리룩의 기초를 마련한 듯 하다.

최근 자동차 시장에선 패밀리 룩이 대세임은 분명하고 자동차 성능이 예전과 달리 상향평준화 되는 지금의 시점에서 디자인 차별화는 자동차 경쟁력의 새로운 흐름이라고 할수 있겠다. 더 멋진 디자인과 자신만의 디자인에 힘쓰는 것은 좋다. 그런면에서 현대차의 패밀리 룩 성향은 인정해주고 싶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를 보면 너무나 스포티한 디자인 때문에 준대형차의 주 고객들이 될수 있는 40,50대들은 거부감이 들수도 있을듯 하다.

또한 전장과 차체의 크기도 준대형차급이라고 하기엔 조금 모자라 보인다. 전장은 경쟁모델인 K7과 알페온보다 작아서 기아 K7이 4965mm인데 비해 신형 그랜저는 4910mm로 전장이 55mm 짧다. GM대우의 알페온(4995mm)에 비해서도 85mm 짧다.

차체의 높이도 K7은 1475mm, 알페온은 1510mm인데 비해서 신형 그랜저는 1470mm로 약간 낮은데다 뒷좌석 천장 라인을 쿠페 스타일로 만들면서 공간은 더 부족해졌다.

그랜저는 오히려 크기면에선 쏘나타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디자인에서도 별반 다를것이 없어 보인다. 준대형급 차들은 공간을 중요시 생각하기때문에 아쉬움은 더하다.

기아차의 디자인 부사장을 맡고있는 피터슈라이어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디자인은 디자인 언어와 기술이 유기적으로 잘 조합된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기아차는 피터슈라이어 디자인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직선의 단순화’란 컨셉으로 디자인 적인 면에서 예전의 기아차와 차별화 하며 국내외로 높은 평가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그것은 고스란히 기아차의 매출로 이어졌다.

지난해 현대차는 361만여대를 판매해 창사 이후 최대실적을 달성했지만 내수 시장에서는 전체 산업수요와 타업체들의 판매가 모두 늘었음에도 현대차만 유일하게 판매가 6% 감소했다.

둘다 똑같이 디자인으로 승부를 했으나 결과는 달리 나오고 있다. 이쯤되면 현대차의 총체적 난국이라 할수 있다. 기술력의 문제는 이제 어느 자동차나 비등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성능면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곤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점점 평준화 되고 있다.

올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돼 관세가 없어지면 해외차들 반격도 거세게 들어올 것이다. 안팎의 공세속에서 예전과 같은 현대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면 좀 더 획기적인 개선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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