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희원 기자] 29일 새로 임명된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전형적인 현장중심의 덕장으로 알려졌다.

1980년 한국외국어대학을 졸업한 뒤 그 해 7월 신입행원으로 입사해 30년 만에 은행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30년간 국내외 영업점과 본부 부서에서 활동했으며 은행산업 재편기에 기업은행을 이끌어갈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조 행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업무자세는 한결 같다. 고객중심, 현장중심의 업무처리다. 이를 위해 영업현장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영업철학은 사업본부장을 맡아 추진했던 사업에 잘 나타나 있다.

조 행장은 10년 넘게 일본 근무에서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지영업의 토대를 구축했다. 특히 1990년 도쿄사무소의 지점 승격을 준비하면서 과로로 병원에 입원하면서까지 개점일에 맞춰 대장성 인가를 받아낸 활약상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조 행장은 무역센터 지점장 재직 시, 전 금융기관 최우수 예금실적으로 저축의 날 산업포장을 받았고 경인지역본부장 시절에는 중위권에 머물던 지역본부를 단 1년 만에 경영평가 1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종합금융본부(IB본부)장 재임 시, ‘맞춤형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해 중소기업의 자가 사업장 마련을 획기적으로 지원했고 2008년 3월 개인고객본부장 시절엔 한국금융 사상 최초로 소액예금을 오히려 우대하는 역발상 상품 ‘서민섬김통장’을 만들어 그 해 언론기관 선정 우수상품 10관왕이라는 창립 이래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또 인사·노무 담당 부행장을 맡아서는 금융권 최초로 별정직 제도 폐지 문제를 원만하고 깔끔하게 처리해 다른 공공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조 행장의 리더십은 전무이사직을 수행하며 더욱 그 빛을 발하게 된다. 2008년 10월 전무이사 임명 이후의 기간은 글로벌 금융위기와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상경제상황실장을 겸임해 매일매일 시장 상황과 대응방안을 점검해 나가는 한편 전무이사로서 은행 안살림을 총괄 지휘·관리하면서 기업은행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은행 내부의 중론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목표 수립과 운영을 진두지휘하면서 기업은행은 2009년 은행권 전체 중기대출 순증액의 58.1%인 10조4000억원을, 그리고 올해에는 75.1%인 6조원을 순증해 알토란같은 중소기업들의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처럼 조 행장이 중기대출 확대 전략을 수립하고 정교하게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온 자신감과 ‘국가가 존재해야 조직이 있고, 조직이 존재해야 가정과 내가 있다’는 투철한 국가관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이기도 하다.

조 행장은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소외계층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본점 청소 아주머니들이 변변히 식사할 장소가 없는 것을 알고 지하에 식당과 휴게실을 마련해 준 일을, 30년 은행 생활에서 가장 가슴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서민과 소외계층을 챙기는 그의 가치관을 감안할 때 앞으로 기업은행의 서민금융 활성화 행보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분석이다.

또 조 행장은 중견기업, 녹색금융, 문화콘텐츠산업, 부품소재산업과 같은 은행의 미래 먹거리 산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조 행장 취임으로 기업은행 내에서 이러한 사업부문이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961년 설립된 기업은행이 창립 반세기를 맞는 역사적 시점에서, 직원들의 여망이었던 내부 공채출신 은행장의 탄생은 직원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나도 은행장이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안겨준 대단히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업은행에 30년을 몸담아 온 조 행장의 꿈은 기업은행을 최고의 은행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1만 임직원의 뜨거운 성원과 열망을 보듬어 안고 그 목표를 향해 “엄중한 마음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취임사에서 밝히고 있다.

주요 포상으로는 대외업무유공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표창(1995.12.30), 금융업무 유공 산업포장(2000.10월, 저축의 날) 및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표창(2007.12월)을 수상한 바 있다. 취미는 바둑이고 부인과 두 자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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