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황유진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내 두 번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부지를 놓고 1년 가까이 고심한 끝에 결국 미국 텍사스주 중부 소도시 테일러시를 최종 선택했다.

삼성은 신규 공장 건설을 위해 총 170억 달러(20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본고장'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을 위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4일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 부지로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간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놓고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시를 비롯해 애리조나주 굿이어·퀸크리크, 뉴욕주 제네시카운티 등 복수 후보지를 검토해왔다.

기존 파운드리 인프라와 전문인력, 접근성을 고려해 오스틴시가 유력 후보지로 꼽혔지만, 삼성전자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약속한 테일러시를 최종 선택했다.

삼성전자와 협상한 테일러 측의 3대 협상 창구 가운데 테일러시와 윌리엄슨 카운티는 올해 9월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재산세 90% 이상을 감면해주는 인센티브를 만장일치로 확정했고, 테일러 독립교육구도 최근 2억9천200만달러(약 3천442억원) 규모의 추가 세금감면을 약속했다.

이들이 약속한 전체 세금감면 혜택은 10억달러(약 1조2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틴과 인접한 테일러는 인구 1만7천명의 소도시로, 기존 오스틴 사업장과 25㎞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테일러 부지 주변으로는 미국 최대 PC 제조사인 델(Dell) 본사를 비롯해 AMD·ARM·퀄컴 등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의 연구소와 지사가 들어서 있다.

신규 부지는 약 500만㎡(약 150만평) 규모로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테일러시를 선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삼성전자는 새 공장에서 5G, HPC(고성능 컴퓨팅), AI(인공지능) 등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하반기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새 파운드리 공장에 5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선폭의 반도체 공정 설비가 들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구체적인 설비 스펙은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오스틴 공장은 14나노 공정을 주력으로 IT 기기용 전력 반도체와 통신용 반도체를 생산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 신규 투자를 계기로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에 오르겠다는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TSMC가 52.9%로 압도적 1위였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3% 수준이다.

점유율 측면에서는 TSMC에 크게 뒤지지만,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확보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TSMC를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내년 상반기 중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고,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 'GAA'(Gate-All-Around)도 선제적으로 도입해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 5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투자 규모를 종전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 파운드리 생산 기지는 현재 국내(기흥·화성·평택) 미국(오스틴)에 있는데,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은 화성 부품연구동(DSR)을 중심으로 국내에 집중돼 있다.

삼성의 시스템반도체 투자 확대에 따라 국내 파운드리 전문인력 수요 역시 늘어나고, 부수적인 고용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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