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송성훈 기자] 한국은행은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 원인에 가계대출 급증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장기적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10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완화적 금융여건 지속, 주택 매매·전세 거래 관련 수요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택 관련 대출뿐 아니라 가계의 기타대출(신용대출 등) 역시 위험자산 투자 수요와 함께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주택가격 오름세와 가계대출 증가세가 같이 커지면서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2018년 말 91.8%에서 2020년 말 103.8%로 뛰었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나라 가운데 6번째로 높은 수준이고, 2019년 이후 비율 상승 폭(12%포인트)도 노르웨이(15.4%포인트)에 이어 2위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꼽았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소득 등 기초 구매력과 상당 폭 괴리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올해 1분기 기준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배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고점(2007년 1분기·8.6배)을 크게 웃돌고 있다. 연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0년 넘게 저축해야 수도권의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17년 이후 하락세를 보였던 지방의 PIR(4.9배)도 지난해 이후 빠르게 상승하면서 직전 고점(2017년 2분기·4.4배)을 넘어섰다.

이런 주택 가격 강세의 배경으로는 우선 '주택수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지목됐다.

낮은 혼인율 탓에 1∼2인 가구를 중심으로 2015∼2020년 가구 수가 237만 세대나 늘어 신규주택 등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등 주택 공급에 대한 걱정이 부각되자 주택 매입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례적 수준으로 완화된 통화정책 등 금융 여건도 차입 비용을 줄이고 예금 등 금융자산의 수익률을 크게 낮춰 주택 등 자산시장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 '금융 불균형' 상태가 장기적으로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우려했다.

소비이론 등에 따르면 적정 수준의 부채는 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해 소비를 늘리지만,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원리금 상환 부담 등 때문에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가계대출 급증세 이어질 것…장기적으로 소비위축 위험" - 3
IMF(국제통화기금)의 주요국 분석 결과에 따르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포인트(p) 높아지면 3∼4년 뒤 소비증가율이 0.3%포인트(p) 가까이 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이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면서, 가계부채와 민간소비 간의 정(+)의 관계가 약화됐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금융불균형이 누증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자금 쏠림은 경기 변동성을 확대하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는 금융불균형 상태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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