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송성훈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년 중점 경영과제로 ‘품질·환경·안전’을 제시했다.

구 회장은 새해에는 판매량이나 수익성을 높이는 성장이 아닌, 고객과 미래 성장 자산을 쌓는 시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최근 LG그룹 최고 경영진 40여명과 함께 회상회의를 열고 “품질과 환경, 안전은 내 가족이 쓰는 제품, 내 가족이 일하는 곳이란 생각으로 구성원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 나가자”며 이 같이 말했다. 구 회장은 이를 위해 “사장단부터 솔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회의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가 아닌, 올해 추가로 마련된 경영전략회의다.

구 회장은 앞서 지난 11월 한 달간 주요 계열사와 함께 사업보고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신년 경영 과제를 공유할 자리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에 따라 코로나 상황을 감안, 화상회의를 개최하게 됐다고 LG그룹은 설명했다.

회의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LG전자 사장,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남철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등 20여개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구 회장을 포함한 LG그룹 경영진은 내년 경영환경이 여전히 녹록지 않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내년 역시 계속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하는 데에 의견을 모았고, 이럴 시기일수록 위기에 제대로 대응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실력 차이가 더 커질 것이란 위기감도 공유했다.

품질·환경·안전은 이 같은 위기의 돌파구로 구 회장이 꼽은 중점 경영 과제다. 구 회장은 어려운 때 일수록 기본에 충실하고 고객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품질이나 환경·안전을 철저하게 조직문화에 체화시켜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내년 LG그룹이 맞이할 대대적인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LG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전기차 파워트레인업체 캐나다의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JV)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내년 본격적으로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다. 전기차와 연관된 계열사만 해도 LG전자(파워트레인,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 LG디스플레이(차량용 POLED), LG이노텍(LED 헤드라이트) 등에 이른다.

게다가 LG그룹은 내년 5월께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5개사 중심의 신규 지주회사를 설립하며 계열분리를 추진한다. 사업 차원에서도 지배구조 차원에서도 내년 LG그룹은 숨가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시기에 대변신을 꾀하는 만큼 구 회장도 ‘기본’을 재차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품질이나 환경, 안전 모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고객 신뢰와 맞닿아 있다.

LG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내년 사업 성장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LG그룹은 “지속성 있는 질(質)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양적 성장이나 단순히 수익성을 높이는 성장이 아니라, 고객 기반과 데이터 등 미래 성장을 쌓아 사업 가치를 높이고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또 최고경영진 주도로 사업 전략을 애자일(Agile·날렵하고 민첩한)하게 실행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개발, 상품기획, 디지털전환 등 핵심 전문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석유화학 고부가제품, 전지(배터리), 5세대 이동통신(5G) 등 주력 사업의 고객 기반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더욱 공고히 해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DX)에도 그룹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LG그룹 관계자는 “IT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을 업무에 활용해서 좀 더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자는 의미”라며 “DX전환을 통해 단순한 업무는 기계가 대신하고 사람은 창의적인 일에 더 몰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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