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한준기 칼럼리스트] 일자리를 얻고 더 나은 커리어로 가는 과정속에서 인맥의 힘, 다시 말하자면 휴먼 네크워크의 파워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이제 막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은 물론이고 하루 하루 경력이 쌓여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다음 커리어를 만들어가는데 있어서 오늘과 같이 촘촘히 ‘연결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것만큼 유용하면서도 강력한 무기는 없을 것이다.

물론 나 스스로 역시 아직까지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에 미숙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특히 누군가를 만난 후에 그들의 명함을 꼼꼼히 직업 군 별로 분류해서 정리를 한다든지, 만남에 대한 감사의 메일을 보내준다든지 하는 일, 정기적으로 안부를 전하는 일, 휴먼 네트워킹의 영역을 새로운 분야로 자꾸 확장시키는 시도를 해보는 것, 그리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을 돕는 일 등에 있어 여전히 서툴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관심과 시간과 꾸준함을 요하는 일이요, 습관화 시키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귀한 금맥을 얻을 수 있는 찬스를 놓치는 꼴이 되고 만다.

그런데 오랜 기간의 시행착오 후에 나름대로 철칙처럼 지키려고 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 첫째가 누구든 함부로 대하려고 하지 않는 것인데, 한 평범한 사람 뒤에 겹겹으로 숨어있을 엄청난 파워인맥의 가능성을 결코 간과할 수 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상대방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도 않고 너무 무관심 하지도 않은 정도의 정말 아주 적절한 거리를 그렇지만 관계가 절대로 단절되지는 않은 ‘약한 연결고리’(weak tie)망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원칙은, 크게 손해볼일 아니면 줄 수 있는 것은 주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즉, 먼저 줄 수 있는 기버(giver)가 되고, 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더라도 착한 ‘호구(虎口)’ 로 여겨지며 살아가보려는 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과 같은 장기전과 평생커리어를 생각해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이런 마음가짐이 훗날 훨씬 더 남는 장사가 되는 경우가 거의 확실하다.

커리어건 사업 등 경제활동에 있어서이건 우리들은 너무 정확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경향이 있다.

나에게 확실히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노하우를 나누어주는데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지금껏 네트워킹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무관심했다면, 오늘부터라도 사고의 전환을 시도해 보기를 바란다.

몇 가지 근거가 여기에 있다. 선진적인 기업의 인사 전문가들, 그리고 세계적인 다국적 헤드헌팅 업체의 베테랑 컨설턴트들이 취업이나 이직 그리고 이에 따르는 커리어 관리와 관련해서 상담을 해주거나 신문이나 잡지, 인터넷 상에 그들의 다양한 조언의 보따리를 풀어놓을 때 반드시 빠뜨리지 않고 강조하는 테마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네트워킹의 중요성 이다.

오죽하면 세계적인 기업들의 고위급 임원들의 정기 세미나나 워크숍에서는 빠지지 않는 특강의 주제가 되었을까? 사실 네트워킹은 본인 자신이 직접 수혜자로서 경험을 해보기 이전에는 그 위력에 대해서는 좀처럼 실감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 가운데 한 명인 엘빈 토플러 마저 “21세기에는 네크워크를 구축하지 못한 조직과 개인은 붕괴될 것이다”라는 무시 무시한 이야기를 하며 네트워킹의 중요성에대해 강조를 했고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주목 받은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그의 연이은 역작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현대 자본주의의 진정한 강자는 많은 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정보와 사람에 접속(Access)할 수 있는 지 여부에 의해 결정된다고 역설했다.

엘빈 토플러의 주장이나 제러미 리프킨 교수의 주장이 정확하게 오늘날의 커리어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수 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통해 계속 증명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노동시장의 변화는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하는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 하는 경력사원 중심의 채용 또는 비 공개 채용이 대세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현상 뒤에는 소개 내지는 추천(referral system)이라는 제도가 점점 더 큰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책임자들이 누가 나 대신 이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업무 중 하나는 누군가가 내 책상에 수북이 쌓인 이력서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인터뷰할 수 있는 두 세 명 정도만 확실하게 검증된 사람을 골라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는 신입사원을 뽑건 경력사원을 뽑건 간에 모두 다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만약 내가 아주 잘 아는 지인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 있게 좋은 후보자를 추천해준다면 최고의 업무 효율성이 생기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숨어있는 일자리(hidden job)의 시대가 도래했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경력사원이 될수록 내가 원하고 또 나를 원하는 직업을 신문이나 인터넷 포탈 사이트에서는 찾아내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이 순간이 바로 내가 그 동안 쌓아놓았던 인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왜냐하면 정말 귀한 정보, 나에게 돈이 되는 정보는 인터넷이나 신문 지상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생각해 보아라. 진짜 ‘큰 손’들이 경제신문에 나와 있는 정보를 통해 돈을 투자할 것 같은가?

커리어 시장에서도 이 논리가 꼭 같이 적용될 수 있다. 즉 네트워킹은 간접적으로 나의 사회적 자본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힘이 있는 네트워킹을 하려면 먼저 오프라인을 튼튼히 다져놓아야 한다. SNS등 온라인 커뮤니티도 좋은 도구임을 틀림없지만 오프라인이 받쳐주지 못하면 정보나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시간 중 일부를 떼어다가 밖으로 뛰쳐나가 네트워킹의 씨앗을 뿌리는데 투자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단 한가지 명심을 해야 할 것이 있는데 네트워킹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네트워크가 구축이 되어 좋은 인적 정보망들이 나를 둘러싸면 그것이 평생을 갈 수 있는 확률이 높다. 단지 한 번 만 취직해서 100세 시대를 채우고 은퇴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네트워킹에 시간을 쏟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평생 커리어의 시대에 이 땅에서 이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명제를 외면할 수 있을 정도로 힘있고 여유 있는 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절대로 혼자 밥 먹지 않으려고 함과 동시에 일주일에 점심 한 끼, 그리고 저녁 한 끼는 직장 동료도 가족도 아닌 새로운 사람-가급적이면 나와 다른 분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려고 애를 쓰고 무엇보다도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정하고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개의치 않은 착한 호구로서 살아가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이미 절반은 이룬 것이라고 말을 할 수 있다.

의외로 많은 경비가 들어가지 않고 특별한 재주도 그리 필요하지 않은 네크워킹 활동. 다만 끈기와 자신을 극복하는 꾸준한 힘이 있다면, 그리고 제일 중요한 진정성이 뒷받침이 된다면 당신은 배고프지 않은 제2, 제3의 커리어를 남부럽지 않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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