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도정환 기자] 우리나라 옛 속담 중에 ‘눈 가리고 아웅한다’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첫 번째는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 두 번째는 “처음엔 가벼운 일도 그냥 넘어가면 나중에 큰 힘이 들게 된다”라는 뜻이다.

이는 최근 한국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독일차 사태를 비유한 적절한 표현들이다.

일어난 독일차 사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배기가스 유출 조작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화재 사건의 원인으로 그동안 BMW코리아는 측은 배기가스 순환장치인 EGR 부품 문제, 즉 하드웨어적인 결함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주장과 상반된 KBS 실험결과 보도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KBS는 대학 연구팀과 실험을 통해 화재 원인을 추정할 만한 단서가 나왔다고 밝혔다.

실험 방법은 차량 엔진에 EGR의 한 부품인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압력 측정기를 달고 운행 테스트를 해 보는 것.

즉,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 되면, 쿨러를 통하지 않아 엔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뜨거운 배기가스가 엔진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화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측은 냉각수 온도 50도 이하일 때만 바이패스 밸브가 열리도록 설계해놓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실험에서 냉각수 온도가 50도 이상에서도 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BMW측이 배기가스 규제를 통과하기 위해 차량 엔진에 무리가 가도록 ECU(electronic control unit)의 배기가스 저감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이후 한국 정부에서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 규제들을 대폭 강화한 것과 이번 BMW 화재 사태의 연결 고리 의혹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EGR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부품의 한계 용량을 초과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 민관 조사단은 다양한 차량 샘플을 확보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확인하는 등 당국에 신고된 수치와 편차가 생기는지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아우디·폭스바겐 역시 ‘디젤게이트’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자사의 디젤 엔진에서 유해 배기가스가 기준치에 40배나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저감장치에 프로그램을 조작해 환경기준을 충족해 온 사실이 밝혀져 전 세계를 경악케 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도 배기가스 조작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비를 높이려고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디젤차에서 나오는 환경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에 요소수를 뿌리면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분해돼 오염 물질을 줄일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최근 독일 정부가 리콜 명령을 조치한 유로6 경유차를 대상으로 불법 소프트웨어 설치 등 임의설정 여부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아우디 역시 벤츠와 마찬가지로 요소수 분사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만하면, ‘눈가리고 아웅’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다’는 속담이 정말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만약, 배기가스 조작이 일련의 독일차 사건들의 근본 원인이 맞다면, 독일차에 대한 신뢰는 완전히 깨질 것 같다. 앞으로, 정부의 명확하고, 정확한 조사를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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