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이솔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들을 다시 추적한다.

금감원은 19일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 TF 소속 검사반 직원들을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에 투입해 특별검사를 시작했다.

원승연 부원장이 팀장을 맡은 TF는 금융투자검사국과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IT·핀테크전략국, 자금세탁방지실이 참여했다.

TF는 4개 증권사의 이 회장 차명계좌 거래명세와 잔고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1차 검사 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다.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이들 증권사는 1천500개에 육박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지난 13일 유권해석한 27개 계좌가 개설된 곳이다.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실시 전 개설됐다가 긴급명령이 금융실명법으로 시행된 1997년 12월 이후 실제 주인이 밝혀진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 가운데 1천197개가 2008년 특별검사 수사 때 밝혀졌고, 이 중 27개가 실명제가 실시된 1993년 8월 12일 전 차명으로 만들어졌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으로 과징금 부과 의무는 생겼는데, 과징금을 부과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는 상태다. 해당 계좌들의 원장(元帳)이 없기 때문이다.

상법상 장부는 10년간 보관 의무가 있다. 해당 증권사들은 지난해 11월 금감원 검사에서 원장을 이미 모두 폐기했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원장이 없는 걸 알면서도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시늉'만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금감원 검사의 핵심은 실명제를 전격 실시한 긴급재정경제명령(1993년 8월 12일) 당시 이 회장의 27개 계좌에 금융자산이 얼마나 있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해당 증권사들이 거래 원장을 폐기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제로 폐기했는지, 이를 복원하거나 당시 거래 기록을 파악할 방법은 없는지 조사한다.

금감원은 삼성 특검 당시 검사를 벌여 1천개 넘는 차명계좌들을 찾아 특검에 넘겼다. 이때의 자료에 이 회장의 27개 계좌 거래 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시 검사 이후 10년 넘게 지난 탓에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금감원 내부의 문서이관 절차도 점검해 자료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27개 계좌의 잔액이 밝혀지면 금융위는 실명법에 따라 금융자산의 5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 회장 차명계좌 27개의 잔액은 특검 때 금감원 검사에서 나왔던 965억원이다. 이는 2007년 12월 말 기준이다.

금감원은 이보다 14년여 전의 계좌 잔액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과징금 부과 제척기한(10년)은 특검의 수사 발표일인 2008년 4월 17일로부터 2개월 남았다.

금융위·금감원이 이 회장 차명계좌에 현실적으로 과징금을 매기기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시선을 의식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금감원은 "차명계좌를 철저히 확인함으로써 과징금이 적절히 부과되는 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법제처 유권해석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유관기관과 적극 협력해 투명하고 공정한 금융거래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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