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송성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핵심 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가운데, SK브로드밴드가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리점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향후 재계 동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초고속인터넷·인터넷TV(IPTV) 설치 및 사후관리(AS)를 위한 협력사 직원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한다고 밝혔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22일 대리점 대표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금과 같은 역무 위탁구조인 간접관리 방식으로는 당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했다"며, “근본적 혁신을 위해 위탁운영을 중단하고 고객 접점 업무를 내재화해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렌탈, 보안, 홈IoT 등 가정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 서비스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는 이사회를 열고 ‘홈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회사 설립추진안’을 확정했다. 따라서, 다음달 초 자본금 460억 원 규모의 홈서비스 전문 자회사를 100% 자회사로 설립한 뒤 7월을 기점으로 업무위탁 계약이 종료되는 고객센터 직원들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는 전국 103개의 협력업체를 통해 기술직 3292명과 서비스직 1897명 등 총 5189명의 협력업체 직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SK브로드밴드 가입자와 최접점에서 초고속인터넷과 IPTV ‘Btv’ 설치·이전 및 장애처리 서비스 등을 맡아오고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노조 내부에선 찬성,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반대 측에서는 비정규직 직원의 실질적인 처우 개선을 원하고 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 해소 등 근로 조건이나 기타 등등해서 여러가지 제반들, 사안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무늬만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찬성 측에서는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불안 해소, 고객에게 질 좋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직접고용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용자(고객), 회사, 노동자 모두를 이롭게 하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함께, SK브로드밴드는 이번 조치에 반대하는 위탁업체 대표들에게도 자회사 센터장으로 재고용, 영업 전담 대리점 운영, 회사 관련 유관사업 기회 부여 등 다양한 보상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향후,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 직원이 IPTV, 인터넷, 전화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홈 시큐리티 등 가정용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로 육성하고, SK그룹 내 가정용 상품 서비스를 위한 중추적 역할을 해내길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4차 산업의 중심인 통신분야의 전문성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서비스 강화·미래 먹거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도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발표 직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SK브로드밴드가 전국 103개 대리점 소속 5,200명의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전환이 민간기업의 정규직 전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정규직 전환 발표는 민간의 첫 신호탄으로써, 이를 통해 민간기업들도 향후 정규직 전환 정책에 동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고용 안정 속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근무조건 개선 등은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도 “정부 정책에 동참해 정규직 전환을 이룬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며, “고용 안정을 통해 직원들의 전문성이 발휘되길 바라며, 비정규 노조가 우려하고 있는 근무 조건 등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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