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송성훈 기자] 가계의 월평균 소비지출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셨다.

세금, 보험료 등을 빼고 가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실제 소비지출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은 5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평균소비성향은 처음으로 60%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16년 4분기 및 연간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5만원으로 1년 전보다 0.5% 감소했다.

통계청이 가계동향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연간 기준으로 월평균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면 전년과 똑같은 씀씀이를 유지했을 때 지출액도 물가상승률만큼 늘어나게 마련이다.

지난해 소비자물가가 전년보다 1.0% 상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지출 역시 1.0% 늘어야 씀씀이가 유지되는 셈이다.

그러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실제 물가 상승효과를 제거한 실질 월평균 소비지출은 1.5% 감소했다.

실질 월평균 소비지출은 2015년 0.2%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엔 감소 폭을 더 키웠다.

이 때문에 가구 소득 중 세금, 연금 등을 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71.1%로 0.9%포인트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2010년 77.3%를 정점으로 6년 연속 하락세다.

특히 2012년 74.1%로 급감한 뒤 5년 연속으로 매년 최저치를 새로 쓰는 불명예를 기록 중이다.

소비를 줄이다 보니 가구의 월평균 흑자액은 103만8천원으로 3.8% 증가했다. 소득이 늘어서라기보다는 소비를 줄인 효과가 더 큰 '불황형 흑자'였던 셈이다.

소비지출을 세부적으로 보면 유가 하락 여파로 자동차 연료비가 떨어지면서 교통(30만8천원)이 4.3%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주거·수도·광열(27만3천원) 지출도 1.6% 감소했다. 실제주거비(6.3%) 지출은 증가했지만, 주거용 연료비(8.7%) 지출이 감소한 탓이다.

가구는 식료품·비주류음료에 1년 전보다 1.3% 줄어든 월평균 34만9천원을 소비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가 줄어든 것은 2013년(-0.3%) 이후 3년 만이다.

교육(-0.4%), 통신(-2.5%) 지출도 줄였고 필수지출이 아닌 의류·신발(-2.4%), 오락·문화(-0.2%)에서도 소비가 줄었다.

반면 가구는 가정용품·서비스에 3.9% 늘어난 월평균 10만9천원을 썼다. 혼례·장례비나 보험과 같은 기타상품·서비스 지출은 2.4% 늘었고 음식·숙박 지출도 1.4% 늘었다.

주류·담배엔 전년보다 5.3% 늘어난 월평균 3만5천원을 지출했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81만2천원으로 0.2% 늘었다.

보험료 인상 때문에 연금, 사회보험료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만 비소비지출 중에서도 경조사비용 등 가구간이전지출은 4.3% 줄었고 이자율 하락으로 이자 비용은 2.7% 감소했다.

한편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6만8천원으로 3.2%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명목 소비지출이 줄어든 것은 2015년 3분기(-0.5%) 이후 5분기 만이다.

실질 기준으론 4.6% 줄었다. 실질 소비지출 감소 폭은 2009년 1분기(-7.2%) 이후 가장 컸다.

작년 4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7%로 2.6%포인트 하락했다.

평균소비성향은 분기 기준 역대 최저이자 사상 처음으로 60%대를 기록했다.

월평균 흑자액은 107만3천원으로 9.7% 증가했다.

평균소비성향이 계속 하락하는 것은 저성장이 고착화하고 고용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며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돈을 쓰기보다 모으는 전략을 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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