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26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이 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비롯해 전주•아산공장의 생산라인은 모두 가동이 중단됐다.

파업에 따른 생산라인 전면 가동 중단은 12년 만으로, 울산공장에는 비조합원인 과장급 이상 관리직 직원들만 출근해 빈 공장을 지켰다. 간간이 출고 차량을 실은 차량만이 울산공장 정문을 빠져나갔다.

현대차 노조는 전면파업을 결정하면서 조합원들에게 출근하는 대신 대의원 선거구별로 단합대회를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사측이 단합대회 개최 여부를 확인한 결과 단합대회는 거의 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반기 신차 출시 등 그동안 부진했던 내수 진작을 위해 한창 공장이 가동될 때지만 상당수 조합원은 주말 포함 3일간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울산5공장에서 근무하는 한 조합원은 "집에서 늦게까지 잠을 잤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로 임금 손실이 클 것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전면파업에 대해 "현장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최근 협상에서 사측이 임금 인상 등 임금 관련 추가 안을 내놓지 않자 이에 반발해 전면파업을 결정하는 등 파업 강도를 높였다.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며 일제히 성토했다. 울산과 경주 경계지역에 밀집한 현대차 협력업체 중 일부 직서열(부품을 필요한 형태와 순서로 필요한 시간에 납품하는 시스템) 업체는 현대차의 전면파업이 결정된 뒤 어쩔 수 없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직원들이 출근해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 특히 부분파업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현대차 근로자들은 부분파업을 하고 퇴근하면 그만이지만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회사에서 빈손을 놀려야 하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라도 적용할 수 있지만 협력업체들은 그럴 수 없다. 원도급업체(현대차) 파업으로 매출은 감소하지만 임금은 그대로 지급해야 해 경영난도 심해졌다. 경주지역 협력업체들은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내수 부진 등으로 올해 매출이 30~50% 줄었으며, 일부 업체는 월급을 주기도 힘들다고 주장했다.

경주의 한 2차 협력업체 대표 A씨(67)는 "차라리 현대차가 직장폐쇄를 하거나 현대차 노조가 전면파업을 하면 고용노동부에 휴업 수당이라도 신청할 수 있다"며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벌써 석 달 째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일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원도급인 현대차 노사의 임금 문제와 파업 때문에 애꿎은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정말 잘못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2차 협력업체 대표 B씨(63)는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도 하는데 웬만하면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도 많이 받는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더 올려달라고 전면파업을 하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파업에 따른 현대차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 들어 26일 현재 특근 거부까지 포함해 모두 30번 파업을 했다. 파업에 따른 누적 생산차질은 차량 11만4000여 대, 금액으로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현대차는 추산했다. 노조 설립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차 노사는 파업과 별개로 27일이나 28일 임금 협상 본교섭을 재개하고 2차 잠정합의를 시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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