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자동차 시장 점검에 나섰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 선보인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G80과 이달 말 출시할 G90(국내명 EQ900)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직접 현장을 둘러보고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5일 출국했으며,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미국 판매법인을 찾아 업무보고를 받고 현지 임직원을 격려할 계획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정 회장의 자존심이 걸린 곳이다. 미국은 1999년 회장 취임 직후 수출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해외 시장이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할 때 ‘품질 경영’ 기치를 내걸고 정면 승부를 본 곳이기도 하다. ‘2년·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던 1999년 당시 ‘10년·10만마일’ 보증 정책을 내놔 미국 자동차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판매 비중이 18%에 이르는 곳이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2012년 이래 매년 성장률이 떨어져왔다. 올해도 소비심리 둔화로 8월까지 1167만대가 팔려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8월까지 96만3600대를 팔아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 2%포인트 높은 2.5%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기아차가 지난 6월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시장조사업체로 꼽히는 JD파워의 ‘2016 신차품질지수(IQS)’ 평가에서 한국 브랜드 최초로 1위를 차지하는 등 신뢰를 쌓아온 덕분이다.

정 회장은 “글로벌 업체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성과는 중요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산업의 미래 변화”라며 “혁신, 고객, 품질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현지 임직원과 만나 미국 시장을 뚫기 위해 △고급차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 등을 강조할 방침이다.

우선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을 통해 미국 고급차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할 계획이다. 그는 “제네시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우리가 새롭게 도전할 또 하나의 과제”라고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2만4917대가 판매돼 출시 후 처음으로 현지 고급차 시장 점유율 10%를 넘겼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제네시스 G80을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작년 말 독립 출범한 이후 미국 시장에 내놓은 첫 차다. 한 달간 총 1497대가 팔렸다. 구형인 2세대 제네시스(DH) 913대와 합하면 24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6% 늘었다. 제네시스는 이달 말께 최상급 모델인 G90도 미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정 회장은 친환경차와 SUV 판매 확대에 대해 “친환경차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카와 일렉트릭(EV), 니로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등을 차례로 미국에 선보이며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적극적인 친환경차 출시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미국 시장 점검을 마친 뒤 멕시코 누에보레온주(州)로 이동한다. 7일(현지시간) 예정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서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2014년 10월 착공해 1년7개월여 만인 올해 5월 양산을 시작했다. 남미지역 공략과 북미 시장 진출에 기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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