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현대자동차 브라질 법인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에서 오는 6인의 ‘귀빈’이 브라질에서 체류하는 동안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이 32년간 지원해온 양궁 대표팀이었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대한양궁협회와 한국 현대차그룹 본사, 현대차 브라질법인은 양궁 대표팀이 최상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컨티션, 멘탈, 안전 등 모든 측면에서의 최상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대회 이전부터 다양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선수들이 언제든지 쉴 수 있도록 경기장 인근에 트레일러를 마련했다. 당초 경기장까지의 이동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선수촌 외에 별도의 숙소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안전 문제로 ‘호텔급 트레일러’로 대체된 것이다.

트레일러 안에는 휴게실, 물리치료실, 샤워실 등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마련됐다.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전 세계 모든 국가 전 종목 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삼엄한 경호를 받았다. 현지 조직위의 경호와는 별도로 고용한 사설 경호원들이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의 안전을 책임졌으며, 이동시에는 특수 제작된 맥스크루즈와 투싼 방탄차가 제공됐다.

양궁 대표팀만을 위한 전용 식당과 전담 요리사도 지원됐다. 대회 기간 동안 경기장 인근 식당을 빌리고, 상파울루에서 한식 조리사를 초빙해 언제든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점심에는 이곳에서 직접 한식 도시락을 만들어 경기장 및 선수촌으로 전달했다.

선수들에 대한 모든 지원은 대한양궁협회 회장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진두지휘했다.

그는 지난 6일 오전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 이후 선수들을 위해 준비한 트레일러 휴게실과 한식당 운영현황을 살피고, 방탄차 등 선수들 안전 대비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이 같은 특급 지원에 힘입어 대한민국의 남녀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양궁 종목에 걸린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다. 한국 양궁 역사상 최초로 남·녀 전종목을 석권한 것이다.

굳이 이번 대회가 아니더라도 대한양궁협회는 다른 종목 선수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체육단체로 꼽힌다. 국제대회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원이 발 빠르게 이뤄지며, 비시즌에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제공된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나 협회 운영에 있어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는 ‘클린 협회’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 배경에는 32년간 꾸준히 이어온 현대차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존재한다. 1985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2005년 ~ 현재)된 정의선 부회장까지 대를 이어 대한민국 양궁은 항상 현대차그룹의 든든한 뒷받침 하에 실력 향상에만 정진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 때부터 시작됐다. 1984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사장이었던 정몽구 회장은 LA올림픽 양궁여자 개인전에서 양궁선수들의 금빛 드라마를 지켜본 뒤 양궁 육성을 결심하고,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현대정공에 여자 양궁단을 창단하고 이어 현대제철에 남자 양궁단을 창단했다.

정 회장은 지난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고 1997년부터 지금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직을 역임하면서 32년간 양궁 인구의 저변 확대와 우수인재 발굴, 첨단 장비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약 450억원 이상의 투자와 열정을 쏟았다.

양궁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 정 회장은 체육단체에서는 최초로 스포츠 과학화를 추진, 스포츠 과학기자재 도입 및 연구개발 등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높이는 등 세계화를 향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양궁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하여 장비에 대한 품질을 직접 점검하고 개발토록 독려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갖추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품질개발을 바탕으로 전 세계 양궁인들이 한국산 장비를 가장 선호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몽구 회장의 양궁사랑에 얽힌 일화는 다양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정몽구 회장이 미국 출장 중 심장박동수 측정기, 시력테스트기 등을 직접 구입해 양궁협회에 선물로 보냈다. 선수들의 기량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첨단장비들이었다. 과학적인 훈련을 위해서는 장비를 먼저 과학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출장 때 따로 시간을 내 장만한 것이다. 또한 현대정공에서 레이저를 활용한 연습용 활을 제작, 양궁 선수단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연습량, 성적 등을 전산화해 분석하는 프로그램도 정몽구 회장의 지시로 개발됐다.

정 회장은 양궁의 필수 장비인 활의 국산화에도 앞장섰다. 90년대 말 양궁 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외국 활 메이커가 신제품 활을 자국선수들에게만 제공한 데 격분한 정 회장은 한국선수들의 체형에 맞는 국산 활 개발을 독려했다.

국제대회에서 양궁 선수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정몽구 회장 때부터 이어져온 문화다. 본대회는 물론 해외전지훈련 때도 항상 한식을 제공했으며, 1991년 폴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물 때문에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스위스에서 물을 공수해 준 일도 있다.

2005년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정의선 부회장 역시 부친의 이같은 노력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양궁 육성에 열과 성을 다했다. 정 부회장은 취임 직후 ‘한국 양궁 활성화 방안’을 연구하도록 지시하고 그에 따라 중장기적인 양궁 발전 플랜을 세워 시행했다.

이를 통해 양궁 꿈나무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육성, 양궁 대중화 사업을 통한 저변확대, 지도자·심판 자질 향상, 양궁 스포츠 외교력 강화 등의 성과를 얻으며 경기력 뿐 아니라 행정 및 외교력 등 한국 양궁의 내실 있는 발전을 이뤄냈다.

무엇보다 명성이나 이전 성적보다는 현재의 실력으로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도록 국가대표 선발전의 투명성을 높이고, 실력만 있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 공정한 시스템을 확고하게 정착시킨 것은 정 부회장의 가장 큰 공로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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