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영국의 EU(유럽연합) 탈퇴가 확정됨에 따라 자동차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23일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결과, 탈퇴 52%, 잔류 48%로 영국의 탈퇴가 확정됐다.

탈퇴 결정과 함께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업계도 조금씩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에서 수출되는 차량에 높은 관세가 붙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한국 EU간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 혜택을 받지 못해 대영국 수출 관세가 크게 인상되는 등 향후 발생될 브렉시트로 인한 상황들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벤틀리 등 타격 우려

무관세로 한국에 들어와 판매되고 있는 재규어 랜드로버, 미니,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의 영국산 자동차들도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됨에 따라 별도의 한국-영국 간 FTA가 체결되지 않는다면 8%의 관세 등 총 17%에 달하는 세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5천만원 짜리 차량 1대를 수입할 경우, 171만원 가량의 세금이 붙게 되어 국내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지며, 이와 함께 영국산 수입차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경우, 지난해 XE 투입에 이어 올해 신형 XJ, XF 등으로 판매목표를 작년 대비 약 2배 이상 높게 설정해 두었으며, 미니와 벤틀리, 롤스로이스도 공세를 강화하는 시점이어서 브렉시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브렉시트 확정으로 인해 국내 판매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영국 내 생산라인 운영 차질

영국에 자동차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자동차업체들도 상황이 심각해질 전망이다. 현재 영국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업체는 독일의 BMW, 미니, 재규어 랜드로버, 벤틀리, 롤스로이스, 토요타, 닛산, 혼자 등이 있다.

이 중 닛산의 경우, 영국 북동부 선더랜드 공장에서 소형 SUV 쥬크와 전기차 리프 등을 연간 50만 대 가량 생산한 제품 중 80%를 다른 EU 국가 등에 수출하고 있다. 토요타 자동차도 연간 19만대를 생산, 유럽과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으며, 혼다는 스윈던공장에서 시빅 등 12만대를 생산해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독일 BMW 그룹은 BMW, 미니, 롤스로이스 등 그룹 내 3개 브랜드 모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것은 물론, 여기에 근무 중인 직원만 8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번 브렉시트 결정으로 영국산 자동차에 관세가 대폭 인상돼 판매가 어려워지게 되면 공장 운영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자동차 수출, 오히려 기회다

하지만 전세계 경제에 전반적인 큰 충격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에서는 오히려 우리 수출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품목에서 가격경쟁력이 강화 될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산업도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무협협회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우리나라의 글로벌 수출 물량은 0.4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물량은 늘어나는 것이다. 엔고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타격을 입게 되면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 기아 등 한국 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EU 역내 국가 중 영국과 교역이 활발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의 경우 영국과의 교역에서 관세 장벽이 생기면 우리 수출 기업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가 EU보다 먼저 영국과 현재 수준의 무역협정을 마련하게 되면 자동차 등을 영국으로 수출하는데 상당히 유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세계적인 혼란 속에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가 위기 속 기회를 마련하고 한층 성장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경제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