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LG전자가 독일 폭스바겐 전기차에 구동장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 계약이 성사되면 LG전자는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에 이어 유럽 최대 업체인 폭스바겐까지 거래처로 확보하게 된다.

8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폭스바겐에 구동장치를 포함한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계약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LG그룹 측은 여러 완성차업체와 부품 공급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LG전자가 구동장치 공급 확대를 추진하면서 새 먹거리인 자동차 부품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의 시너지가 가시화되고 있어 수주 전망도 밝다는 평가다.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는 전장부품(VC)사업이 G5 출시에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바일 사업을 보완할 신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 성사 시 폭스바겐은 LG전자로부터 공급받은 구동장치를 내년 판매할 2017년형 e골프 등 차기 모델에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형 e골프는 판매 중인 e골프의 최대 주행거리(133㎞)를 300㎞까지 늘린 모델이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구동모터의 출력을 100㎾에서 120㎾까지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부터 디젤차 문제로 각국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폭스바겐은 올해부터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자업계 안팎에서는 해당 계약 성사에 따라 LG전자 구동장치의 공급처가 확대된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급처가 다변화되면서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의 매출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며 “2013년 설립된 VC사업본부가 내년부터 의미있는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 추진 과정에는 완성차업체들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화학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구동장치를 공급받기로 한 GM은 볼트 제작 초기부터 LG화학 제품을 썼다. 폭스바겐도 지난 2월 LG화학을 미래차 협력사로 선정했다.

전기차 핵심부품과 관련해 LG전자와 LG화학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배터리와 구동장치를 함께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LG그룹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와 구동모터를 같이 생산하면 시스템 설계 등 기술력을 빠르게 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완성차업체도 묶어서 발주하면 더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구동장치를 채택하는 완성차업체는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완성차업체 한 곳과 복수의 중국 자동차업체가 LG전자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1월에는 중국 4대 자동차업체 중 하나인 디이치처그룹에 구동장치 등 핵심부품을 공급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LG는 전장부품 사업을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LG전자에서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구본준 LG 부회장이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 VC사업본부는 지난해 3월 말 2381명이던 직원을 올해 3625명으로 1.5배로 늘렸다. 같은 기간 LG화학 전지사업부문 인력은 4135명에서 5019명으로 증가했다. 실적 부진으로 전체 직원 수가 375명 줄어든 LG이노텍도 전장부품부문에선 227명이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LG전자에서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의 실적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차량용 오디오와 비디오가 90% 이상인 VC사업본부의 매출 구조가 올 하반기부터 다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수주 내용이 실속이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과 폭스바겐은 계속 내놓을 전기차 모델의 구동장치 공급처 중 하나로 LG전자를 올려놓고 품질과 가격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이들 회사와 얼마나 오래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LG 전장사업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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