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정한국 기자] 서울시 금천구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서울사무소엔 프랑스 르노자동차 본사 고위 임원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엔 본사 마케팅 총괄인 티에리 코스카스 부회장, 지난달엔 최고 경쟁력 책임자인 티에리 볼로레 부회장이 찾았다. 지난달 초부터 서울을 찾은 고위 임원만 10여명이다.

이들의 방문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중형 세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SM6 판매 현황을 점검하고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QM5 준비 상황을 챙기기 위함이다.

지난달 1일 취임한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은 "요즘 하루가 짧다고 느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을 때는 자동차 판매만 신경 쓰면 됐지만, 사장 승진 이후엔 부산 공장 생산 현황과 기흥연구소의 연구·개발(R&D) 현안까지 두루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2000년 르노삼성 출범 이후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최고경영자에 선임됐다. 그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마케팅 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자,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조카로 1989년 한진건설에서 볼보 사업부장을 맡으면서 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박 사장은 "수요 예측 실수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로 SM6가 두 달 연속 쏘나타를 제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SM6는 출시 첫 달인 지난 3월 6751대가 팔리며 사실상 국내 중형 세단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같은 달 7053대가 팔렸지만, 주로 택시로 사용되는 구형(YF) 판매량을 제외하면 6442대로 SM6에 뒤쳐졌다. 지난달에는 쏘나타(구형 제외 7089대)가 SM6(5195대)를 다시 앞질렀다. 쏘나타가 36개월 무이자 할부를 실시한데 이어, 상위 모델에 들어가는 8.7인치 세로형 모니터 부품 조달 차질로 SM6 판매량이 주문량의 절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세로형 모니터는 최상위 모델에는 기본 탑재되고, 차상위 모델에는 옵션을 통해 장착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당초 수요 예측 때 최상위 모델 주문 비중이 전체의 10%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는 최상위 모델 주문 비중이 50%에 육박했다. 차상위 모델 주문 비중까지 합치면 세로형 모니터 탑재 비율이 90%에 육박한 셈이다.

그는 "예상 외로 대부분 고객이 세로형 모니터를 원하고 있다"며 "부품이 부족해 차를 생산하지 못하다 보니 르노삼성 임직원도 당분간 상위 모델 SM6를 사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QM5 완전 변경 모델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르노삼성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QM5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수출된다. 르노삼성은 지난 9일 부산 공장에서 올 하반기 터키로 수출될 신형 QM5 1호차 출고식을 가졌다.
그는 "신형 QM5는 지난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전 세계 르노그룹 마케팅 책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품 품평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서 "SM6와 QM5로 자동차 명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현대·기아차와 철저히 차별화를 통해 한때 꼴찌(5위)로 떨어진 내수 판매 순위를 내년까지 3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업체는 7년 걸리던 신차 개발 기간을 현대·기아차가 5년으로 단축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내수 시장이 '현대·기아차 놀이터'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현대·기아차가 다 할 수는 없는 만큼 르노삼성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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