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 美소송사건... 현지법 악용 vs 관련없다
  업계 사상 최대 참사 ‘501 오룡호 침몰’... 人災
  국내 원양기업 ‘불법행위’ 심각한 수준... 국제적 망신
  내년 1월... EU 불법어업국 최종 결정 앞둬

[경제플러스=도정환 기자]

국내 원양어업계가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로 인해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노후된 인프라와 무리한 어업 관행, 안전관리 부재, 각종 해양 불법 어업행위 등에 의한 사건, 사고들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유럽연합과 미국의 불법어업국(IUU) 지정 문제까지 겹쳤다.

국내 원양어업은 1957년 인도양에서 230톤급 지남호의 감격적인 첫 조업에서 시작해 이후 수산물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 산업으로 크게 주목받아 왔다. 10여년 전엔, 세계적인 원양어업 3대 강국으로써 그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위상은 끊없이 추락하고 있다. 원양어업 생산량은 2001년 74만 톤에서 10년 만에 51만 톤으로 급감했고, 1990년 810척이던 원양어선은 2010년엔 353척만 남았다.

이와함께, 어업자원 감소와 주요 수산 자원국의 입어규제, 고유가 등은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현재 국내 원양어업은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 시끌벅적 ‘동원’ 美소송사건... ‘현지법 악용’ vs “관련없다”

올해 초 동원산업이 불법어획을 주도한 혐의로 미국 법률회사로부터 고소 당한 사실이 전해졌다.

동원을 고소한 무어컴퍼니에 따르면,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의 막내 동생인 김재웅 씨의 두 딸 송미(Joyce)·종미(Jayne) 씨는 2008년 퍼스픽보이즈(Pacific Breeze Fisheries LLC)와 마제스틱블루(Majestic Blue Fisheries LLC)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동원산업으로부터 배 두 척을 사들여 태평양 제도의 독점경제구역(EEZ)에서 어획할 수 있는 권리를 소유했다.

미국 내 어획권이 있는 배를 한국업체가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게 미국법이다. 송미‧종미 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어획권 취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동원 측이 이 배를 송미‧종미 씨 명의로 구입, 어획권을 얻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태평양 제도의 독점경제구역(EEZ)에서 불법 어획을 해왔다는 게 무어컴퍼니 측 주장이다.

실제로 무어컴퍼니는 소장을 통해 “동원이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 꼭두각시 회사를 만들었고 이 회사를 이용, 불법 어획을 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설립된 회사”이며, “동원산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 원양어업 사상 최대 참사 ‘501 오룡호 침몰’... 끊이지 않는 人災

지난 12월 1일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사조산업 원양트롤어선 ‘501오룡호’의 침몰 사고 발생했다. 이 사고는 불행하게도 국내 원양어업 사상 최대 참사로 기록됐다. 현재, 오룡호 선원 60명 중 구조자 7명을 제외한 사망자 수는 27명이며, 실종자는 26명이다.

사고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조사과정에서 안전관리 부실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노후된 선박에 대한 지적이다. 사고가 난 오룡호는 1978년 스페인에서 건조해 사용되다 2010년 사조산업이 인수해 지금까지 사용해왔다. 전체 원양어선 342척 중 91%가 선령 21년 이상이고, 30년 넘은 배도 38%에 달한다.

또, 초속 25m의 강풍에 파도가 5~6m에 달하는 악천후 속에서 어획쿼터를 채우려고 무리하게 조업을 하다 사고를 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함께, 조사과정에서 오룡호에 승선하지도 않은 사람이 배를 몰았던 것처럼 서류를 꾸며 승선 신고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 국내 원양기업 ‘불법행위’ 심각한 수준... 국제적 망신

국제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원양어업의 불법어업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18개 업체의 어선들이 34건의 불법어업을 하다 적발됐다.

이에 그린피스는 "한국 원양어선들이 인류 공동 유산인 남극해에서 남획을 하고,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식량인 수산자원을 약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원양기업의 불법행위 유형도 가지가지다. 동원산업 소속 참치 원양어선인 ‘프리미어호’는 지난해 아프리카 서부 라이베리아 해역에서 위조된 어업 허가권을 들고 어획 작업을 펼치다가 단속에 걸렸다.

‘프리미어호’는 2011년부터 2012년에 결쳐 위조된 어업권으로 조업활동을 벌였다. 또, 동원 측은 관련 혐의를 무마하기 위해 라이베리아 수산청을 사칭해 ‘프리미어호'에 혐의가 없다’는 내용의 ‘위조 공문서’를 정부에 제출한 의혹도 받았다. 결국, 동원산업은 라이베리아 측에 200만 달러(약 20억 원)의 합의금을 물었다.

또, 2011년 뉴질랜드 근해에서 조업을 벌이던 사조오양 소속 오양75호에서는 인도네시아 선원 32명이 집단 이탈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탈출한 선원들은 한국인 선원들의 폭행과 폭언, 성추행 등 가혹행위를 고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양77호’는 뉴질랜드 캔터베리 해역에서 불법 투기, 어획량 허위 보고 등 총 11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인성실업은 지난 2009년부터 계속된 불법어업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 회사 소유 선박 인성 7호는 아르헨티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어업을 활동을 한 것이 적발됐다. 인성 7호는 불법어업혐의로 어획증명서 발급을 거부당해 10개월간 공해상을 떠돌다가 지난 8월 우라과이 몬테비데오 항으로 입항했다.

- 내년 1월... EU 불법어업국 최종 결정 앞둬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비롯한 가나, 퀴라소 등 3개국을 예비IUU국으로 지정했다. IUU는 불법(illegal)·비보고(unreported) ·비규제(unregulated) 어업을 뜻하는 말로, 어족자원 남획을 막기 위해 2010년 도입된 EU의 불법어업(IUU) 규제를 말한다.

불법어업국으로 최종 지정되면, 국내에서 생산, 가공한 수산물의 EU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한국 어선의 EU 내 항만 입항도 불가능하게 된다. 불법어업국(IUU) 지정은 내년 1월 결정을 앞두고 있다.

이어 미국 상무부도 지난 1월 11일 의회에 2년마다 제출하는 불법어업 국가 보고서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한국 정부가 근절 대책을 2년 내에 마련하지 않으면 미국은 자국 법에 따라 한국 국적의 IUU 선박에서 나온 수산물의 모든 거래 및 유통과정을 규제하게 된다.

불법어업국 지정이 확정되면, 국가 이미지 손상은 물론이고,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양어업계의 불법 행위들로 인해 국가적 망신이 눈앞에 놓여있다"며, “내년 1월 예정인 불법어업국 최종 지정은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내 원양 기업들이 이번 위기를 통해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원양 대국에 걸맞는 선진화된 기준을 서둘러 마련하고, 원양 어선의 안전 대책도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은 제도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야 말로,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에 대해서도 떳떳이 단속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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