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플러스=김두윤 기자] ‘이재용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향후 삼성그룹 변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시장에서는 이재용 시대가 본격화되면 경영권 승계마무리와 함께 ‘삼성전자 제 3의 창업‘을 위한 노력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7일 이재용 부사장의 승진가능성에 대해 “있다”라는 말로 이 부사장의 승진을 기정사실화했다. 최근 위기탈출을 위한 ‘젊은 조직’을 잇따라 강조, 조직개편을 통한 ‘환골탈퇴’를 예고해온 이 회장은 이날 답변을 통해 관련입장을 최종 정리했다.

연말 승진을 앞둔 이재용 부사장은 지난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19년만에 CEO로 등극할 예정이며, 지난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는 딱 1년 만에 다시 승진하게 된다.

이는 ‘이재용 삼성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시사하고 있어, 승진 자체보다 이 부사장의 위상변화에 따른 삼성그룹 변화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전략기획실 개념의 콘트롤타워도 부활해 ‘그룹조직’이 신설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으로 승진한 김순택 부회장이 신설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돼 지난 22일부터 공식활동에 들어간 상태다.

김순택 부회장은 “각 계열사가 미래를 위해 나아가도록 돕는 것이 책무”라며, 그룹사 지원이 신설조직의 핵심역할임을 강조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직개편 급물살...‘경험’에도 관심을
‘포스트 이건희’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가장 먼저 화두로 떠오른 것이 ‘조직 개편’이다.

평소 말을 아끼기로 유명한 이 회장이 연령대를 언급한 '젊은 조직'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연말 인사폭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 신규 임명될 사장단의 연령대는 지난해 53.7세 보다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42세인  이 부사장과 비슷한 연배인 삼성전자의 이공계 40대 출신 임원은 전체 60% 이상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삼성의 스피디한 경영 부활을 위해 그 동안 삼성을 이끌어 온 60대 최고경영진이 2선으로 물러나고, 이 부사장과 비슷한 연령대인 40대 중심의 인재들이 그 자리를 메꿀 가능성이 높다”라고 예상했다.

또, “전자업종의 글로벌 환경 변화 속도가 과거와 비교 불가할 정도로 빨라진 만큼,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삼성입장에서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한 젊은 인재들이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직개편시 ‘경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층 젊어진 조직으로 한단계 높아진 삼성전자의 위상이 기대된다”면서도, “‘젊음’을 바탕으로한 빠른 속도와 과감한 결단력에 그 동안 삼성전자와 함께 했던 베테랑들의 ‘경험과 지혜’가 개편 밑그림에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래 먹거리 사업 탄력받나...기존사업 강점도 활용해야
신성장 사업추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재용 중심의 ‘젊은 조직’ 개편 핵심이 경영권 승계와 더불어 ‘위기론’에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올 3월 경영에 공식복귀하면서 ‘삼성전자 위기론’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이 진짜 위기이며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것.

복귀 이후 이 회장은 특유의 공격경영을 통해 글로벌 경기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지난 8개월간에도 분기별 ‘사상최대’ 실적을 두 번이나 갱신하고, 갤럭시S의 성공적인 출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등 괄목한만한 성과를 이끌어왔지만, 여전히 ‘위기론’을 말하고 있다.

요지는 아직까지 글로벌 삼성의 위상에 변화는 없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미 삼성그룹은 지난 5월 신재생에너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사업 등을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2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중장기 성장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회장이 말한 ‘위기’를 확실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향후 있을 조직개편에서 미래성장 사업 구체화에 대한 고민을 빼놓을 수 없다. 신설될 그룹 콘트롤타워에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 단장이 선임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조직개편의 중심에 서있는 이 부사장이 신사업에 대한 부담에도 관련사업을 진두지휘하거나 어떤식으로든 관여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함께 기존 전자사업에 대한 시너지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 증시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기존사업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일부 관측에도, 여전히 삼성전자는 넘보기 힘든 글로벌 선두기업”이라면서 “삼성 역량을 떠나 초기비용과 시간이 적지않게 소요되고 성패도 지켜봐야 하는 신사업 투자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존사업 부문의 강점을 백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기존 전자사업에 직접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등 ‘지식정보산업’에 대한 강화에도 역점을 둬야한다 분석이다.

◆현장 챙기기 나서...오너 행보 ‘시동’
이 부사장은 지난 26일 생활가전 제품 생산기지인 삼성광주전자를 방문했다. 이 부사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광산구 오선동에 있는 삼성광주전자를 방문해 6시간여동안 업무 보고와 생산 공장라인을 돌아봤다.

이번 행보를 놓고 재계에서는 본격적인 차기 CEO로서의 현장행보에 시동을 건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진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을 챙기고, 독려하는 것은 전형적인 오너 행보라는 것.

삼성전자는 생활가전 시장에서 연간 매출을 매년 30% 이상 끌어올려 2013년에는 세계시장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로, 이를 위해 지난달 삼성광주전자에 1천400억원을 투자해 TV와 세탁기 등 중대형 전자제품에 적용될 최첨단 금형 기술을 개발하는 '정밀금형 개발센터'를 준공한 바 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는 올 중반이후 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주력인 반도체사업에 대한 보안책으로 생활가전부분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연말을 기점으로 삼성전자 전면에 나설 이 부사장의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밝아오는 ‘이재용 시대’...새 도약의 분기점될 것
삼성의 변화 예고에 사회적인 관심이 뜨겁다. 삼성이 국가대표 기업인 만큼, 개별 기업문제를 떠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당사자인 삼성 임직원들도 기대가 큰 모습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가올 개편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며, 삼성이 이전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말 삼성이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그 추이는 지켜봐야겠지만, 새로운 도약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본 기사는 본지 주간 '경제플러스'紙 11월 30일자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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